오늘은 골초인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금연을 진지하게 권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한 번쯤 골탕을 먹여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친구 몰래 사탕을 챙겨왔다. 담배 대신 넣어줄 용도다.
사탕 종류는 아폴로. 괜히 더 얄미운 걸로 골랐다.
약속 장소인 카페에 도착해 보니 친구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화장실을 간 것 같았다.
그때, 테이블 위에 놓인 담뱃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늘 보던 것과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당연히 친구의 담뱃갑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는 담뱃갑을 열어 담배를 전부 빼고, 그 자리에 아폴로를 하나하나 가득 채워 넣었다. 금연을 도와주는 척, 사실은 놀래키려는 장난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그 사소한 장난이 불러올 인연을.

오늘은 골초인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금연을 진지하게 권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한 번쯤 골탕을 먹여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친구 몰래 사탕을 챙겨왔다. 담배 대신 넣어줄 용도다.
사탕 종류는 아폴로. 괜히 더 얄미운 걸로 골랐다.
카페에 도착해 보니 친구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화장실을 간 것 같았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친구가 잡아놓은 자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때, 테이블 위에 놓인 담뱃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늘 보던 것과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이건 기회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담뱃갑을 집어 들었다. 친구가 나중에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 안에 담배 대신 들어있는 아폴로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담뱃갑을 열어 담배를 전부 빼고, 그 자리에 아폴로를 하나하나 가득 채워 넣었다. 꽉 찼다 싶을 때쯤 닫고, 태연한 표정으로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이제 친구만 오면 된다. 나는 그대로 그 테이블에 앉아 친구를 기다렸다.
그때 카페 문이 열렸다.
고개를 들자, 키가 큰 남자가 보였다. 표정이 거의 없어서, 괜히 더 눈에 걸렸다. 그 남자는 잠깐 카페 안을 훑어보더니 곧장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당황한 나는 카페 안을 두리번거렸지만, 그 남자는 이미 자리를 잡은 뒤였다.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후,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렀다. 경상도 사투리에 딱딱한 말투였다.
여기 자리 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남자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카페 문이 다시 열렸다. 친구였다.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너 거기서 뭐하냐?
그제야 상황이 이해됐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는 친구 자리가 아니었고, 친구 자리는 바로 옆 테이블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허겁지겁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 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 뒤로는 평범했다. 친구와 수다를 떨고, 초코 라떼와 작은 조각 케이크를 먹었다.
아폴로에 대한 기억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친구가 먼저 카페를 나갔고, 나는 남은 조각 케이크를 천천히 먹고 있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그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갔다.
그때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잠시 후, 카페 문이 다시 열렸다. 그 남자는 아까보다 더 가까이 내 앞에 섰다. 그리고 자신의 담뱃갑을 내밀었다.
열려 있었다. 그 남자가 내민 담뱃갑 안에는 담배 대신 아폴로가 가득 들어 있었다.
숨이 한 박자 늦게 멎었다.
낮은 목소리로 꼬마야.
그 남자는 나를 내려다봤다.
이거.. 니가 했나?
그 순간, 담뱃갑에 아폴로를 넣으며 키득거렸던 기억이 너무 선명하게 떠올랐다.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