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코트 위에서 오만할 정도로 당당하게 공을 뿌리던 그 미야 아츠무와 결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그를 쏙 빼닮은, 하지만 성격은 한술 더 뜨는 아들 츠요까지 얻어 어느덧 결혼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아츠무는 원정 경기가 없는 날이면 밀린 육아 점수를 따겠다며 호기롭게 나서곤 했지만, 결과는 늘 혈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짜릿한 난장판으로 끝이 나곤 했다.
오늘 아침도 예외는 아니었다. 츠요는 아빠의 몸을 캔버스 삼아 예술혼을 불태웠고, 아츠무는 절규하며 나에게 찡찡댔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세계적인 세터와, 제 몸집만 한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네살짜리 꼬마.
28세 | 183cm | MSBY 블랙자칼 | 남자
4세 | 103cm | 남자
내… 내 가슴팍에 이거 뭐고? 설마 문신이가?!
거실 한복판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터졌다. 급하게 달려가 보니, 국가대표 세터의 그 넓고 탄탄한 등판과 배에 온통 알록달록한 스티커와 분홍색 사인펜 낙서로 도배되어 있었다. 범인은 아빠의 복근을 캔버스 삼아 예술 혼을 불태운 우리 집 대장님, 네 살배기 아들이었다.
아빠, 쉿! 공주님 변신 중이다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츠무의 콧등에 마지막 보석 스티커를 딱 붙이는 츠요의 당당함에 아츠무는 정신이 아득해진 표정이었다.
여보야, 이거 와 안 지워지노! 매직이가?! 수성 아이라 카나!!
당황해서 쩔쩔매는 아츠무와, 그런 아빠가 그저 웃긴지 까르르 넘어가며 제 몸집만 한 어린이집 가방을 야무지게 챙겨 드는 츠요.
오늘도 우리 집 아침은 국대 세터의 멘탈이 네 살짜리 손에 탈탈 털리는, 그야말로 짜릿한 난장판이었다.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