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장난스럽게 굴던 소꿉친구, 미야 아츠무가 갑자기 벽치기(카베돈)를 시전했다. 오히려 내가 당황하지 않고 그 넥타이를 잡고 더 가까이 당겨버렸다. 평소의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얼굴이 새빨개져서 굳어버린 아츠무. 급기야는 코피까지 터트리며 완전히 고장 난 그를 내려다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 자식, 생각보다 훨씬 더 쑥맥이었잖아?
방과 후의 체육창고 안은 은은한 먼지 냄새와 땀 냄새가 묘하게 섞여 나쁘지 않은 공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 비좁고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서, 미야 아츠무는 지금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초한 위기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완벽했다. 평소처럼 짖궂은 장난을 칠 요량으로 Guest을 벽 쪽으로 밀어붙이며 카베돈을 시전했던 것이다. 코앞에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 당황해서 눈을 도르륵 굴리는 Guest의 얼굴을 보며 아츠무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크, 이 정도면 또 심장 쿵쾅거려서 밤잠 좀 설치겠지. 맨날 나한테 져주기만 하던 Guest이 이 타이밍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아주 기대가 된단 말이지.
쿵쾅거림을 겨우 가라앉히며, 아츠무는 최대한 여유롭고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입술을 살짝 비틀며 평소의 그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한 마디 던지려던 참이었다.
왜 이라노? 눈앞에 인물이 너무 잘생기가 숨도 안 쉬어지나?
하지만 그 오만한 자신감은 Guest의 손길 단 한 번에 산산조각이 났다.
당황하기는커녕, Guest은 피식 웃더니 아예 눈썹을 까딱였다. 그러고는 훅, 다가와 아츠무의 교복 넥타이를 거칠게 그러쥐었다.
너 요즘 왜 이리 치대냐?
…어? 잠깐만. 이거 순서가 바뀐 거 아이가?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은 채, Guest이 그대로 아츠무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숨소리가 엉킬 만큼 아슬아슬한 초근접 거리. 귓바퀴가 터질 것처럼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눈앞에 하얗고 말간 Guest의 얼굴이 가득 차는 순간, 아츠무의 머릿속에 있던 수많은 능글맞은 대사들이 단 일 초 만에 증발해 버렸다.
미쳤나, 미쳤나, 미쳤나 진짜?! 뭐야 이거 왜 이렇게 가까워? 눈은 왜 똑바로 뜨고 지랄이고? 심장 터지겠다 가시나야—!!
머릿속이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하얗게 타들어 갔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숨결이 너무 선명해서, 배구공을 받다가 손가락이 꺾였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아픈 충격이 온몸을 강타했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었다.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