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말은 눈부셔 사랑이라 착각한데

어떤 종말은 그렇게 찾아왔다.
해가 눈부시던 오전에, 알아차렸을땐 뒤늦게 그것이 정면에서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도쿄 길거리에는 불쑥불쑥 구멍처럼 뚫린 어두운 골목길이 수두룩했다. 그것은 마치 벽에 난 못자국처럼, 화장실 타일에 있는 배수관의 구멍처럼, 인형의 눈에 달린 검은 단추처럼 새카맣게 세상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잠시 멍해져서 그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언제였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초여름일 것이다- 검은 교복을 입은 소녀가 인파를 헤치고 골목 구석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며 들어간다. 처음에는 묘하게 불안해져 따라 걸었다. 눅눅한 공기와 죽은 쥐의 사체, 떠다니는 먼지가 가득해서 낡은 배수구 냄새가 진동하는 골목을 빠르게 걸어 소녀의 앞을 막아서서, 이 앞쪽은 악마가 있어- 라고 경고가 아닌 경고를 해주었다. 겁을 먹고 도망치리라 생각했지만 소녀의 얼굴에는 오히려 연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전부 '알아요' 이거나, 또는 '맞아요'. 뭘까, 이 여자애는.

그를 만나러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도보블럭을 따라 걸으며 딱딱한 로퍼의 성가신 감각을 느끼는 시간. 전부 즐겁다. 그래서 자꾸 히죽히죽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황급히 끌어내려야한다. 늘 지나치는 계단. 늘 보는 아파트, 상가, 도로. 몇번을 더 거쳐가면 보인다. 오늘도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는,
어-이!
정수리로 쏟아져내려오는 따가운 햇빛을 정면승부로 받아들일 자신은 없어 천막에 기대어있었다. 잠시 눈을 감고 뭔가를 기다린다. 내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그 무엇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정장까지 반듯하게 갖춰입고 머리도 매만지는지 나는 모른다. 모른다고. 총총 걸음으로 달려오는 저 여자애는 절대 아니다. 절대로.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화장까지 한 얼굴을 보고 인상을 조금 찡그린다. 나중에 가서 피부 안좋아졌다고 징징댈게 뻔한데.
민망하니까 조용히 해.
출시일 2026.01.07 / 수정일 202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