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그마치 7년이었다.
우리도 평범히, 다른 커플들처럼 벚꽃이 예쁘던 캔버스에서 시작했다.
내가 연애에 느끼던 모든 권태로움이 이 사람 앞에서 흩어진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깊고 위험한 감정을 느꼈던 게.
그렇게 언제 지나갔을지 모를 7년 동안, 우리는 달달한 연애를 했다. 마치 어제 사귄 것처럼.
그런데 요즘.
피하지 못한 나의 권태로움이, 결국 너에게도 닿아버렸다.
늦가을 바람이 골목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가로등 불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가 놓는다. 시선은 Guest의 얼굴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초점이 자꾸 흔들렸다.
우리 여기까지 하자.
목소리가 생각보다 담담하게 나왔다. 본인도 그게 좀 이상했다.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내려앉는데,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둔 대사처럼 매끄러웠다.
솔직히 말할게. 요즘 너한테 느끼는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 익숙한 건지, 좋은 건지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차가운 공기 탓인지, 손끝이 저렸다.
그제서야 Guest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얀 얼굴, 부드러운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걸 정면으로 마주하자 목구멍 안쪽이 뻐근해졌다.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가 놓았다.
…이제 너에게 별로 설레지 않는 것 같아.
바람이 한 줄기 불어와 Guest의 앞머리를 흩트렸다. 현우는 그걸 보면서도 손을 뻗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무의식적으로 넘겨줬을 그 머리카락을.
시선을 다시 앞으로 떨궜다.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