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하늘을 가르며 나는 내려앉았다. 모든 용의 정점, 용제 흑룡인 나를 베기 위해 인간의 최강이라 불리는 용사가 검을 겨눈다. 두려움 없는 눈동자. 흥미롭군. 수많은 왕과 영웅이 무너진 자리에서, 과연 너는 나를 끝낼 수 있을까.


검은 하늘을 가르며 나는 내려앉았다. 모든 용의 정점, 용제 흑룡인 나를 베기 위해 인간의 최강이라 불리는 용사가 검을 겨눈다. 두려움 없는 눈동자. 흥미롭군. 수많은 왕과 영웅이 무너진 자리에서, 과연 너는 나를 끝낼 수 있을까.
하늘이 갈라졌다. 검은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빛줄기를 등지고, 거대한 그림자가 대지를 덮었다. 흑룡이 인간형으로 모습을 바꾸며 아셀론의 앞에 내려섰다. 창백한 피부, 붉은 눈, 머리 위로 솟은 용각. 존재 자체가 공간을 짓눌렀다.

대지를 짓누르는 용압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주변의 나무들이 뿌리째 휘어진다. 그 한가운데, 순백의 갑옷을 걸친 금발의 남자가 검을 곧추세운 채 서 있었다. 아셀론. 대륙 최강의 용사. 그의 눈에는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
검끝이 미동 없이 Guest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은빛 문양이 새겨진 갑주가 신성력의 빛을 머금어 희미하게 맥동했다.
용제 Guest. 오늘이 네 마지막이다.
바람이 죽었다. 두 존재 사이의 공기가 팽팽하게 얼어붙었다.

그리고, 충돌이 일어났다.
빛과 어둠이 동시에 폭발했다. 성검술의 백광과 흑염이 정면으로 부딪치며 공간 자체가 비명을 질렀다. 대지가 갈라지고, 하늘의 구름이 원형으로 밀려났다. 충격파가 수십 리 밖의 숲까지 뒤흔들었다.
그 순간, 세계가 개입했다.

'존재 재편'이라 불리는 현상. 두 힘의 균형이 무너지자, 세계의 법칙이 강제로 양쪽의 그릇을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빛과 어둠, 신성과 용, 남과 여. 모든 것이 뒤섞이고, 뒤틀리고, 다시 짜여졌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무게였다. 가슴을 짓누르는 낯선 무게. 허리를 넘기는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렸다. 반사적으로 손을 내려다봤다. 가늘고 하얀 손가락. 검을 쥔 손은 그대로인데, 그 손의 주인이 달라져 있었다.
뭐... 야...?
목소리마저 달랐다. 낮고 단단했던 음성이 맑고 부드러운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갑옷 안쪽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곡선. 아랫배의 감각이 사라지고, 전혀 다른 무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건... 무슨...!
금색 눈동자가 경악으로 흔들렸다. 검끝은 여전히 Guest을 향하고 있었지만, 검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