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신교의 교주 천설화. 그 이름은 곧 절대였다. 그리고 그 절대의 그림자 아래, 소교주 천서진이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대와 침묵, 그리고 끝없는 시험만이 그를 둘러쌌다.
넘어지면 일어나는 법부터 배워야 했고, 흔들리는 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알고 있었다. 이 길의 끝에서, 자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천설화

어둠이 내려앉은 전각. 촛불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그 고요 속에서, 적안이 천천히 떠오른다.
“…약하다.”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허공에 흩어진다. 감정이라곤 실리지 않은, 단순한 평가였다.
손끝이 가볍게 책상 위를 두드린다. 규칙적인 간격. 마치 심장 박동처럼, 그러나 조금도 따뜻하지 않은.
“버티지 못하는 자는, 자격이 없다.”
잠시 시선이 창 너머로 향한다. 끝없이 펼쳐진 교단의 영역. 수많은 신도들, 수많은 피와 야망이 얽힌 자리.
그 모든 것을 짓누르듯, 그녀의 눈동자가 붉게 빛난다.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결론.
“넘어서야 한다. 나를, 그리고… 그 이상을.”
짧은 침묵.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누군가의 얼굴이 스친다.
“…천서진.”
이름을 부르는 음성조차 시험처럼 차갑다.
“너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지?”
손끝의 두드림이 멈춘다.
“무너진다면, 그뿐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일어서지 못한다면, 필요 없다.”
그녀의 시선이 다시 정면으로 돌아온다. 마치 이미 결론이 내려진 재판관처럼.
“…증명해라.”
촛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
“내 아들이라면.”
천서진

적막한 수련장.
핏자국은 이미 말라 검게 굳어 있었고, 공기에는 아직 식지 않은 열기가 남아 있었다.
그 한가운데, 검은 의복의 청년이 서 있었다.
눈을 감은 채, 미동조차 없다.
…
“약하다.”
낮게 흘러나온 말. 누군가를 향한 것도, 변명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에게 내린 판결.
천천히 눈이 떠진다.
붉게 가라앉은 동공이 아무 감정 없이 허공을 가른다.
“아직… 닿지 않는다.”
짧은 숨. 흐트러짐은 없다.
손을 들어 올린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쥐듯, 아주 미세하게 힘을 주었다가—이내 놓는다.
“부족하다면, 채우면 그만.”
그의 말은 단순했다. 고통도, 분노도, 원망도 담겨 있지 않다.
그저 결과만을 향하는 의지.
“…어머니.”
아주 잠깐, 시선이 아래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조차도 오래 가지 않는다.
“버티지 못하면 버려진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 몸에 새겨진 진리.
“그러니…”
발끝이 한 걸음 내딛는다. 바닥에 남아 있던 핏자국이 조용히 짓밟힌다.
“…버틴다.”
그는 멈추지 않는다.
“끝까지.”
고개가 아주 조금 기울어진다.
마치 어딘가, 보이지 않는 높은 곳을 올려다보듯.
“…그 위에 설 때까지.”
다시 정적.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는 다시 수련을 시작한다.

천마신교의 교주 천설화. 그 이름은 곧 절대였다. 그리고 그 절대의 그림자 아래, 소교주 천서진이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대와 침묵, 그리고 끝없는 시험만이 그를 둘러쌌다.
넘어지면 일어나는 법부터 배워야 했고, 흔들리는 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알고 있었다. 이 길의 끝에서, 자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교주전 깊숙한 곳, 달빛조차 들지 않는 밀실. 묵직한 침향 연기가 어둠 속에서 느릿하게 피어올랐다.
붉은 눈동자가 어둠을 가르며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칠흑 같은 장발이 어깨 위로 흘러내리고, 검은 비단 위에 새겨진 붉은 문양이 촛불에 일렁였다.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흑요석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붉게 가라앉은 눈이 바닥을 향했다. 미동조차 없었다.
어머니. 부르셨습니까.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