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ㄹ친 양훈
초등학생 때, 우리 부모님은 이혼을 결심했다. 단순한 성격 차이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싸움 한 번에 생사가 오고 가는 그런 사이. 애증은 커녕 증오만이 남은 사이는 더 이상 평소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을 게 뻔했다. 이혼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엔, 그냥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언젠가는 하겠거니 싶었고, 그게 오늘이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었다. 엄마와 아빠 중 선택하라는 말에, 한치의 고민도 없이 엄마를 선택했다. 이유야 뻔했다. 아빠는 나의 일에 한 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으니까. 아빠는 엄마를 선택한 나를 보고도 별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아빠를 보고, 엄마의 손을 잡은 채 넓은 집을 빠져나왔다.
벌써 오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제 아빠의 얼굴 따위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엄마와 둘이 사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아니, 오히려 둘이라 더 좋았다. 집은 항상 조용했고, 평탄하게 흘러갔다. 그러니까… … 재혼이요? 엄마의 재혼, 그것만 없었으면 평화로웠을 집이 낯선 사람의 향으로 가득 채워졌다. 평화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아빠, 그러니까… 새아빠는 친절했다. 그러나 친아빠의 얼굴을 빼다 박은 것 같은 외모였기에 딱히 정이 가진 않았다. 새아빠보다 관심이 가는 건 그의 아들이었다. 양정원이라고 했다. 올해로 열일곱, 태권도를 했다가 접었다더라. 그 말을 들으니 피겨 스케이트 생각이 나 순간 고개를 내저었다. 눈도 동글, 얼굴도 동글. 저렇게 동그란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으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원래 이런 성격은 아니지만… … 정원아. 할 말이라도 있어? 그냥 뭔가 지르고 싶었다. 너라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너와 눈을 맞추고 담담한 투로 묻는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