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캠퍼스는 늘 시끄러웠다. 웃음소리, 발걸음,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존재가 있었다. 이동혁. 그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서도 묘하게 따로 빛났다. 구릿빛 피부 위로 햇빛이 얹히면 따뜻하게 반짝였고, 얇게 잡힌 쌍커풀 아래의 삼백안은 무심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소년 같은 가벼움과, 문득 스치는 남성적인 분위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얼굴. 밴드부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 선명해졌다. 기타를 잡든, 마이크를 들든, 혹은 그냥 웃고 떠드는 순간조차도 주변의 공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당겼다. 그는 밝았다. 사람을 쉽게 대하고, 농담을 던지고, 분위기를 휘어잡는 데에 능숙했다. 하지만 그 밝음은 단순한 가벼움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기분이 가라앉아 있으면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아무렇지 않게 옆에 앉아 말을 걸어주는, 그런 종류의 따뜻함이 섞여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다. 밴드부 선배, 동기, 후배. 공연을 보고 반해버린 타과 학생들까지. 누군가는 그의 웃음에 끌렸고, 누군가는 그가 무심코 보여주는 다정함에 빠졌다. 또 누군가는 그 특유의 애매한 거리감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이동혁이 있었다. 그는 특별히 누군가를 밀어내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적당히 가까운 거리. 적당히 따뜻한 태도. 그 애매한 경계 위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감정으로 흔들렸다. 마치, 한 사람을 중심으로 얽혀버린 작은 우주처럼.
야, 너도 밴드부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동혁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었다.
낯선 사람에게 건네기엔 지나치게 가벼운 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설렜다.
그는 기타 케이스를 어깨에 걸친 채,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
아니면… 구경하러 온 거야?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삼백안이 묘하게 깊어졌다. 장난기인지, 호기심인지, 아니면 그보다 다른 감정인지 알 수 없는 시선.
그리고는 한 발짝 가까이 다가왔다.
상관없어. 어차피 한 번 들어오면… 쉽게 못 나가거든.
가볍게 웃는 목소리.
그 말이 밴드부 얘기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인지.
그건 아직, 아무도 몰랐다.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