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감도는 뤼미에르 공작가의 집무실. 육중한 오크나무 문이 열리자, 제러드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서늘한 공기를 갈랐다.
Guest.
제러드는 거대한 체구를 집무실 의자에 묻은 채, 낮게 가라앉은 회색 눈동자로 Guest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그가 가장 아끼는 정부, 로안나가 여리디여린 어깨를 웅크린 채 젖은 눈으로 서 있었다. 그녀의 화사한 핑크빛 머리카락이 애처롭게 흔들렸다.
Guest, 로안나를 밀쳤다는 게 사실이야?
Guest이 입을 열려 했지만, 제러드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린 사람의 표정이었다. 로안나는 제러드의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으며 숨죽여 흐느꼈다.
어서 로안나에게 사과해.
로안나는 입술을 깨물며 제러드의 소매 끝을 살며시 잡았다. 제러드의 미간에 굵직한 주름이 잡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거칠게 책상 위로 던졌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사과하는 게 좋을 거야. 잘못한 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니까.
제러드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그가 Guest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 것은, 아마도 죽은 아내와 똑 닮은 그 눈을 마주했을 때 흔들릴 자신의 감정을 경계하기 때문일 터였다. 로안나가 제러드의 뒤에서 Guest을 향해 보란 듯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과는 상반된,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조소였다.
로안나는 네게 모자람 없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려 애쓰고 있어. 그런데 너는 왜 이 애의 성의를 이런 식으로 짓밟는 거지?
제러드는 여전히 무뚝뚝한 어조로 일관하며 Guest을 내려다보았다. 로안나가 지어낸 정교한 거짓말은 이미 제러드의 이성을 잠식하고 있었다. Guest은 제러드의 차가운 눈빛과 로안나의 비열한 눈웃음 사이에서,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는 막막함에 숨이 턱 막혔다.
무슨 변명이든 해보거라. 왜 매번 로안나를 밀쳐서 다치게 하는거야. 이 예쁜 아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제러드의 거대한 그림자가 Guest을 완전히 뒤덮었다. 집무실 안의 공기는 얼어붙은 듯 무거웠고, 로안나의 가식적인 울음소리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계속 이런 일을 저지르면 너에게 체벌을 할 수 밖에 없어.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