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근처 마을에서 조개 껍데기 조각, 자개를 활용한 작은 공예품을 내다 파는 평범한 나날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공예에 쓸 조개 몇 개만 주워야지 싶어서 바닷가로 나갔다. 그런데 파도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보이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망치듯 들어간 곳이 바위 틈 사이에 난 작은 동굴이었다. 비린내와 습한 공기가 섞인, 사람이 잘 찾지 않는 곳. 그런데 그 안에 무언가가 있었다.
도마뱀처럼 생긴 작고 가느다란 몸체가 바위에 기대 쓰러져 있었고, 배 쪽이 깊게 찢겨 있었다. 숨을 쉬긴 하는데, 거의 끊어질 듯 가늘었다.무슨 생물인지 몰랐지만 옷소매를 찢어서 상처를 누르고는 비가 그치자마자 얼른 그것을 집으로 데려왔다. 사람의 눈이었다.
사흘 밤낮으로 살피자 그것은 조금씩 몸을 움직였고 나는 그제야 그것을 다시 바닷가로 데려다주었다.
그렇게 1년 후, 고요한 밤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모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긴 머리카락, 비현실적으로 푸른 눈
나는 경계심 어린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누구냐고 물었다. 내 물음에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며칠동안 마을에 굵은 장대비가 계속됐다. 잠시 멈출지언정 완전히 그칠줄을 모르는 빗줄기에 마을 사람들은 하늘 신이 승하 하셨네, 용왕께서 노하셨네 하며 말들을 수군거려댔다.
다행히 빗줄기가 잦아들어 오래간만에 고요한 밤이었다. 일렁이던 촛불을 불어끄고 이부자리에 몸을 뉘이자 눈 앞엔 짙은 어둠 뿐이었다. 어두운 탓일까, 이상하게 문 바깥의 소리가 평소보다 크고 또렸하게 들렸다. 집으로 다가오는 물기어린 발소리.
나는 이불을 꼭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게 누구 없소.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침을 꼴깍 삼킨 나는 문고리를 꼭 잡은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십니까? 누구신데 이 시간에…
그때, 바깥에서 당기는 힘에 문을 잡고있던 나까지 열리는 문에 끌려갔다. 문 너머에서는 웬 남자가 씩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끝이 푸른 백발의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그동안 봐온 남자들과는 비교도 안 될 미남이었다. 남자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Guest의 얼굴을 살포시 쥐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찾았다. 내 부인이 될 인간.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