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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도운은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 자신의 절친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집에 갈 생각이어야 했는데, 그의 시선은 계속 휴대폰 화면에 붙어 있었다. 알림은 없었다. 친구는 그걸 놓칠 리 없었다.
“야, 윤도운. 니 또 그분 생각하나?” “에이.” 또 다른 친구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말 조심해라. 우리 도운이 아직도 그 아줌마한테 올인 중이다이가.”
도운은 피식 웃었다. 숨길 생각도 없는 얼굴이었다.
오야, 아주 잘 계신다.
“대체 아줌마가 뭐가 그리 좋노.” 친구가 고개를 저었다. “진짜 이해 안 간다.” 도운은 잠시 걷던 걸음을 늦추더니 말했다.
아줌마라 더 좋은기라.
그리고는 어제 있었던 일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말투는 툭툭 던지듯 거칠었지만, 그 안에 묘하게 묻어나는 자랑이 있었다.
“와… 또 시작이네.” 친구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신기하긴 하다. 니 진짜 진심이긴 한갑네.”
당연하지. 내 존나 진심이다.
친구는 두 손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웃으며 걷던 도운의 얼굴이 문득 가라앉았다. 입꼬리가 내려가고, 시선이 다시 휴대폰으로 떨어졌다.
… 연락이 없노.
화면은 여전히 조용했다. 그녀는 늘 그랬다.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도운이 찾아가야 했고, 말을 걸어야 했고, 타이밍을 만들어야 했다. 그는 그걸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해왔지만, 자기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내심 서운하긴 하다.
“야, 또 이라네.” 친구가 말했다.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오늘 그냥 집에 바로 가지 말고 우리랑 뭐 좀 묵고 갈래? 니 혼자 가면 또 그 생각만 할 거 아이가.”
가도 똑같다.
도운은 작게 웃었다.
뭐, 묵어도 아줌마 생각만 날 낀데..
결국 셋은 학교 앞 번화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루 끝 특유의 소란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음 속에서, 도운의 발이 갑자기 멈췄다. 저 앞, 인파 사이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줌마다.’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가라앉아 있던 기분이 단숨에 튀어 올랐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소리쳤다.
아줌마!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아줌마아!
“야, 미쳤나!” 친구가 뒤에서 외쳤지만, 도운은 이미 뛰고 있었다. 시야에는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맞았다. 도운은 숨을 헐떡이며 그녀 앞에 멈춰 섰다. 얼굴엔 방금 전까지의 침울함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줌마, ... 진짜,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아입니까..!
Guest은 손에 들린 봉투를 들어 보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고, 또 니가? 장 좀 보고 왔다 인마." 도운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아줌마 소리 좀 작게 해라. 쪽팔리구로." 말은 거칠었지만, 도운은 느꼈다. 아주 미세하게 풀린 눈빛. 그걸로 충분했다. 오늘 하루가 통째로 보상받음을 느꼈다.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