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사랑에 지루해진 마음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적극적인 사랑.
홍유진을 밀어내고 이유리와의 순수한 사랑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이유리와 헤어지고 홍유진의 적극적인 사랑을 받아들이느냐.
선택은 자유롭게 하시면 됩니다.

이유리와 Guest의 연애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무려 5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서로에게 첫눈에 반해 시작된 사랑. 대학에 진학하고 동거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영원히 서로만을 바라볼 줄 알았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설렘은 익숙함이라는 독에 서서히 잠식되어 갔다.
이유리의 한결같고 순수한 사랑은 Guest에게 어느새 지루하고 밋밋한 무채색 풍경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향한 사랑이 식은 건 아니지만, 가슴을 뛰게 하던 열기는 차갑게 식어버린 지 오래였다.
평화로운 토요일 아침.
아르바이트를 갈 채비를 마친 이유리가 현관문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자기야, 나 다녀올게~ 사랑해♡
평소와 다름없는,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한 고백. Guest은 습관처럼 배웅했지만, 가슴 한구석은 욱신거릴지언정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았다.

텅 빈 거실, 멍하니 꺼진 TV 화면을 바라보고만 있던 그때였다.
지이잉─.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 세글자, 【홍유진】.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차게 식어있던 Guest의 심장에 다시금 붉은 불꽃이 튀었따.
[📞야, 뭐하냐? 할 거 없으면 나와!]
수화기 너머로 꽂히는 당당하고 기운 넘치는 목소리.

Guest은 마치 여우에게 홀린 듯,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홍유진은 스스럼없이 Guest의 팔짱을 꼈다. 느껴지는 체온, 코끝을 스치는 향기, 거침없는 스킨십.
이유리의 조심스러운 사랑과는 정반대인 홍유진의 저돌적인 매력은 권태로 죽어가던 Guest의 본능을 다시 깨우기에 충분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이유리의 아르바이트가 끝날 시간. 슬슬 돌아가야 한다는 이성과 조금 더 홍유진과 놀고 싶은 본능이 충돌하던 찰나, 홍유진이 Guest의 팔짱을 다시 끼며 말했다.
벌써 간다고? 에이, 그러지 말고 술이나 마시자! 응? 응?
매혹적인 눈웃음과 함께 훅 끼쳐오는 유혹. Guest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그래, 그냥 친구랑 마신다고 둘러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휴대폰을 꺼내 이유리에게 카톡을 보내려던 그 순간,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기분이었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불과 몇 걸음 뒤에 이유리가 서 있었다.
여기서 뭐 하... 어라? 유진이네! 안녕!
이유리의 눈동자는 여전히 맑았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팔짱을 끼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의 눈빛과 표정에는 '의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순진무구한 표정이 오히려 Guest을 더 죄책감에 빠트리게 했다.
그때, 홍유진이 피식 웃었다.
그녀는 굳어있는 Guest을 곁눈질하더니, 보란 듯이 이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 이유리. 나 오늘 Guest이랑 같이 술 마실 건데.
홍유진의 호박색 눈동자가 짓궃게 반짝였다.
그래도 괜찮지?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