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공기가 아직 눅눅하게 가라앉지 않은 오후였다. 이삿짐 박스 위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은 Guest이 분홍빛 보자기에 싸인 떡 접시들을 들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복도에는 아직 페인트 냄새가 빠지지 않은 특유의 퀴퀴한 공기가 떠돌았다. 빌라 2층 복도는 형광등 하나가 지직거리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고, 그 불빛 아래 203호라고 적힌 철문이 바로 옆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뿜고 있었다.
Guest이 202호부터 차례로 초인종을 누르기 시작했다. 201호의 중년 여자는 문을 열고 "어머, 새 분이구나" 하며 반갑게 맞아주었고, 204호의 할아버지는 안경 너머로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만 까딱했다. 205호는 비어 있는지 인기척이 없었다.
그리고 203호 앞에 섰을 때, 문 안쪽에서 무언가 둔탁하게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쿵, 하는 소리가 한 번. 이어서 기침 소리, 그리고 다시 정적.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삐걱 열렸다. 검은 후드티를 뒤집어쓴 장신의 남자가 문틈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는데, 그 파랑과 민트빛이 뒤섞인 오드아이가 Guest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담배 연기가 그의 입술 사이로 가늘게 피어올랐고, 푸른 장발이 축 늘어진 채 어깨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귀찮다는 듯 눈을 가늘게 좁히며
뭐야.
출시일 2026.06.08 / 수정일 2026.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