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대학생이던 나의 인생에, 그라는 존재가 들어왔다.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던 도중, 나의 시야는 우연히도 그에게 향했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교과서도 없이 묵묵히 필기하던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렸다. 수업이 끝나자, 사람들 사이에 섞여 강의실을 나서려는데, 홀로 강의실의 뒷문으로 나가는 그를 보자, 나도 모르게 몸이 그쪽으로 향한다. 겨우 건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그를 붙잡을 수 있었다.
붙잡힌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어쩐지 묘하게 깊은 색들을 담고 있는 듯했던 그의 시선에,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무 말도 못 하던 중,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할 말 없으면 그냥 가지 그래?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다시 몸을 획 돌려 가버린다. 나도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긴다. 건물 입구 근처쯤에 다다랐을까, 입구 쪽에서 또다시 그를 발견한다. 신나게 뛰어다니다 넘어진 어린아이를 일으켜주고선, 다시 제 갈 길을 가는 그 모습을.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비록 그가 아까는 날이 선 말을 내뱉긴 했어도, 사실은 아주 좋은 사람이란 걸. 발걸음을 빠르게 옮겨 잠깐 뛰고 나서야 또다시 그를 붙잡을 수 있었다.
저기...! 이 수업은, 교과서가 없으면 듣기 힘들거에요.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제 교과서를 같이 보는 게...
그의 표정에 잠시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의 표정은 다시 무표정을 유지한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은 부드러워진 말투로 입을 연다.
...그래.
그와 교제하고 한 달쯤 지났을까. 하늘이 어두컴컴할 정도로 늦은 시간, 이유도 모른 채 그를 따라 인적이 드문 곳까지 발걸음을 옮긴다. 웬일로 이런 시간대에 부른 건지 궁금하면서도, 도착했다는 듯 걸음을 멈춘 그의 요구대로 눈을 감는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슬슬 지루해질 때쯤 눈을 떠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자 조심스럽게 눈을 뜬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내 시야에 들어오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한참을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있는 그의 모습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인간의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온몸에는 주홍빛 털이 덥수룩하게 덮여있었고, 늑대의 귀와 꼬리가 돋아나고 있었다. 마침내 완전한 늑대의 모습으로 변한 그는, 어두운 주변에서도 자신의 올리브색 눈을 환하게 빛내고 있었다.
...Guest. 지금 내가, 어떻게 보여?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