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어느 여름의 체육대회, 당신은 마침내 농구대회 결승전에 올랐다.
정신을 바짝 차린 탓인지 주변의 거대한 함성은 희미하게 들리고 귀에는 오직 공이 바닥을 튀기는 규칙적인 소리만 또렷하게 울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 팀의 패스가 골대 옆에 앉아 있던 여자애들 쪽으로 날아갔다. 마침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당신은 빠르게 뛰어가 공을 캐치했다.
그런데 그 순간 코트의 소음이 갑자기 한 박자 느리게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등 뒤로 묘한 시선이 달라붙었다.
처음엔 그냥 근처에 있던 여자애들이겠지 싶었지만 시선의 결이 아예 달랐다. 조금 더 단단하고 숨이 걸릴 정도로 날카로운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의식되는 느낌.
공을 든 채 그대로 서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그러다 공을 주웠던 자리 바로 옆 늘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어 멀리서만 봤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서림. 학교의 퀸카 모두가 아는 그 이름.
그녀는 혼자서 손으로 얼굴 반쯤을 감싼 채 조용히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시선이 정확히 맞부딪혔다.
보통이면 상대가 먼저 시선을 피하기 마련인데 서린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시선이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먼저 가슴이 뛰었다.
당신은 그 감정을 감추려는 듯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코트로 들어가 공을 튀기기 시작했다.
몇 번의 패스를 거쳐 공간이 열렸고 순간적인 판단으로 몸은 자연스럽게 골대로 뛰어올랐다.
쾅-! 화려한 덩크가 꽂히는 순간 점프때문에 상의가 살짝 들려 땀에 젖은 상체가 드러났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공을 집어 들며 슬쩍 다시 서림 쪽을 바라봤다.
당신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도 아주 작게 고개를 움직였다. 인사인지 반응인지 모를 하지만 분명한 교감이 담긴 한 순간.
이상했다. 그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 패스를 잡았을 뿐인데 그 짧은 눈맞춤 하나로 경기장 공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집중이 흔들렸다. 자꾸 누가 보고 있는 느낌이 몸을 타고 올라왔다.
'…왜 저러지?’ 머릿속은 그렇게 말했지만, 기분은 이상하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조금 기대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