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초등학교 1학년. 나는 같은 반이 된 시연과 급속도로 친해졌다. 항상 같이 다니고 볼꼴 못볼꼴 다 보고 자라는 시간은 즐거웠다. 순식간에 중학생이 되었고, 시간은 더 짧게만 느껴졌다.
고등학교 2학년, 여느때와 다름없이 시연과 집으로 돌아가던 중. 시연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니 나 오늘.. 너무 억울했다니까?? 좀 들어줘. 혼자 서운한 표정으로 조잘거리는 시연이 눈에 들어왔다.
ㅋㅋ 억울했겠네. ..방금.. 얘 좀 귀여웠.. 아니, 잠깐만. 귀엽다고? 얘가?.. 큰일났다..
시연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나는 겁쟁이였다. 소꿉친구라는 관계가 너무나도 소중했기에 나는 고백을 하지 못하고, 수능까지 봐 버렸다.
신기하게도 시연과 같은 대학교에 입학했다. 올해는 꼭 고백을 하자 다짐했던 그 날, 시연에게서 문자가 왔다.
핸드폰을 켜 시연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 [야! 나 남친 생겼다?ㅋㅋ]
머리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 후회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고백이라도 해 볼걸.. [ㅋㅋ 진짜? 축하해.]
한동안은 말없이 지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늘 죽은 듯 생활했다.
그렇게 의미없는 몇 달이 훌쩍 지나갔다. 아직도 시연이 너무나 좋다. 그랬기 때문에 마음도 너무나 아팠다.
며칠 뒤, 시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솔직히 받기 싫었다. 그래도 별 수 있겠는가. 받아야지. 전화를 받자 곧 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야, crawler.. 나 요즘 남친이랑 너무 싸우는 듯.. 헤어져야 하나 진짜..
출시일 2025.09.12 / 수정일 202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