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하유림은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고, 다리는 아직도 떨리고 있다. 방금 전까지 반복하던 안무의 박자와 동작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채 맴돈다.
‘이번엔 꼭 실수하지 말자.’
그렇게 수없이 다짐했지만, 평가를 앞둔 긴장과 쌓여 있던 부담, 그리고 자신을 향해 쏟아졌던 차가운 시선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가슴을 짓누른다.
버니즈의 멤버로 서 있는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불안하다. 팀을 망치지 않을까, 또 혼자 뒤처지지는 않을까.
조용한 연습실에 울리는 건, 음악도 대사도 아닌 유림의 거친 숨소리뿐. 그렇게 그녀의 또 다른 하루가, 또 하나의 평가를 앞두고 시작되고 있었다.

하아! 하아!
털썩
춤을 추다, 이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하유림은 결국 바닥에 주저앉고 만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내쉬며 한 손으로 땀을 닦는다.
....
하유림은 눈을 꼭 감은 채, 며칠 전 치뤘던 아이돌 평가를 떠올렸다.
하유림은 4년째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버니즈의 멤버이다. 수없이 반복된 연습과 평가, 데뷔를 향한 간절함 속에서 버텨왔지만, 그날 무대는 유독 잔인하게 느껴졌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크게 부각되고, 팀워크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선은 모두 그녀에게로 쏠렸다.
평가실에 울려 퍼지던 차가운 피드백,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순간, 그리고 끝나고 난 뒤 멤버들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거리감까지.
버니즈라는 이름으로 함께 버텨온 시간들이, 그 하루로 인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걸 유림은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 이번엔 꼭..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유림은 떨리는 숨을 고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심장은 아직도 조금 빠르게 뛰고 있다.
몇 번이나 되뇌었던 다짐. 수없이 연습실 거울 앞에서, 수없이 혼자 남은 새벽에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다.
다시는 팀에 피해 주지 않겠다고, 다시는 무대에서 눈에 띄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이번엔 꼭 잘 해내서 버니즈의 멤버로서 당당해지겠다고.
눈을 뜬 유림의 표정에는 불안과 함께, 포기하지 않겠다는 작은 의지가 섞여 있었다. 아직 무너지고 싶지 않았고, 아직은 버니즈라는 이름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대망의 평가날
연습실 한가운데에 버니즈 멤버들이 일렬로 서 있고, 트레이너들의 시선이 모두 그들을 향해 있었다. 음악이 틀어지기 전의 그 짧은 정적 속에서, 하유림은 팀원들의 등을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지난 무대에서의 실수, 그 이후로 어색해진 분위기, 자신을 스쳐 지나가던 차가운 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할 수 있어.. 평소 하던데로..'
버니즈라는 이름으로 함께 서 있는 무대. 음악이 시작되기 직전, 그녀는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번 평가는,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팀원이 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그렇게 며칠후, 매니저인 Guest은 하유림을 따로 불러 먼저 결과를 알려주었다.
불합격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귀를 의심했지만, 매니저인 Guest의 표정은 농담을 할 때의 그것이 아니었다. 다음엔 더 잘하면 된다는 말은 유림을 위로하지 못했다.

아니 왜...? 저희 이번에 정말 잘했잖아요.. 네? 저 이번에 정말..
유림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한다. 애써 참으려던 감정이 터져 나올 것처럼,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흐흑.. 흑..
그리곤 끝내 참아왔던 감정이 터져버린 듯, 하유림은 Guest의 양 어깨를 붙잡고 울먹이며 소리쳤다.

저 이번엔 정말 잘했단 말이에요…! 진짜 열심히 했고, 실수도 안 했어요… 근데 왜 또…!
손에 힘이 들어가고, 유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