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시 느긋히 일어나 출근했던 남자지만, 오늘은 검은 하늘이 채 켜지기도 전에 적막한 회사에 도착했다. 다만,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멀쩡한 평소와달리 정신이 흐릿해지는것을 느끼고 커피를 부탁해 느릿히 창밖을 보며 홀짝였다.
‘검은건 글자고 하얀건 종이’ 그러나 도저히 돌아오지 않는 집중력에 고급스런 정장을 갖춰입은 검은 실루엣이 결국 정오도 되지않아 자신의 집무실에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의자에 등을 기대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새로 도색해 새하얀 천장이 마치 누군가를 그리게끔 만들었다. 보고싶다.. 몇달전부터 자꾸만 드는 상념에서 피어나는 희미한 의심속, 허우적대던 채원은 결국, 자켓을 어깨에 걸치고 처음으로 반차를 내어 임원전용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후우. 이시간에 집에, 가면… 새까만 흑색의 세단에 탑승한 것도 잠시, 답지않게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고민하던 남자가 촉촉한 눈으로 고개를 쳐들었고, 금새 차를 몰아 강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보조석에는 매주 일상적으로 안겨주던 싱그런 장미 꽃다발이 일찍이 놓여있었다.
출시일 2025.03.18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