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활을 밑으로 그어 현을 느끼며, 옆눈으론 그대를 흘기며 리듬을 따라간다. 그대의 손가락 움직임, 그대의 윤기나는 구둣발이 패달을 밟는 동작, 신속하게 악보를 넘기는 손짓까지 모두 놓치지 않고서.
아차, 실수해버렸다. 정말 간발의 차이지만 박자를 조금 놓친것은 그대도 진작에 눈치 챘을 것이다. 이런, 원래 이런 실수는 드문데. 어이가 없군.
무대의 조명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환히 비추며, 귀족들의 환호와 박수가 떨어진다. 지태는 이 순간이 가장 좋다. 숨을 고르며, 정장을 고쳐매고, 바이올린을 한켠에 내려두는 순간도 좋다.
그대는 우아한 숙임과 팔동작으로 정중히 인사한다. 윤기가 흐르는 앞머리칼이 중력을 받아 조금 쏠린다. 지태는 문득 그대와 언제 또 합주를 하게 될 지 생각이 깊어진다.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