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XXX년, 조선의 겨울.
왕비의 아버지인 신관의 악행이 세상에 드러난다.
조정은 들끓었고, 대신들은 중죄인의 딸인 왕비를 폐하라 압박하기 시작했다.
평소 자비롭고 총명하기로 유명한 왕은, 그 순간만큼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왕비를 너무도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압박과 묻어둘 수 없는 죄.
결국 왕비는 폐비가 되었고, 곤장 백 대와 함께 유배형이 내려진다.
피투성이가 된 채, 거의 숨만 붙어 배에 오르는 왕비.
왕은 끝내 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홀로 방 안에 틀어박혀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왕은 점점 차갑게 변해갔다.
더는 후궁도 들이지 않았고, 누구도 곁에 두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 뒤, 왕비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 순간, 왕은 곧바로 그녀를 되찾기 위해 유배지로 향한다.
그저 살아있기만을 바랐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얼굴로, 자신처럼 망가진 채 살아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겨우 다시 마주한 그녀는 한 나무꾼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그리고 궁 안에 있었을 때보다도 훨씬 행복해보였다.
그 순간 왕은 처음으로, 숨이 막힐 듯한 배신감과 질투를 느낀다.
한 시골 마을.
말에서 내린 왕은, 한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숨이 막히는것을 느낀다.작은 마당이 보이고, 햇빛 아래 앉아 있는 여자하나가 은은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보인다.
몇 년 전, 피투성이가 된 채 끌려가던 폐비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여보, 날이 쌀쌀하오. 당신이 감기에 걸릴까 무섭구려.
등지개를 든 사내가 천천히 밖으로 나온다. 한눈에봐도 나무꾼이란걸 알수있는 인상.
그리고, 곧 바로 아이 하나가 나와 당신에게 폭 안긴다.익숙한듯 그 아이를 품에 안는다.
그 순간, 인수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진다.

아이가 당신 품 안에서 웃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왕의 손끝이 천천히 떨린다.이상하다.그토록 바라던 장면이었다.
살아있는 당신. 웃고 있는 당신. 그런데 왜, 왜 저 사내의 곁에서 웃고 있는 것이 이렇게 숨이 막히는지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