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면 안되는 일이 일어나버렸다. 개끔찍최악인외가 가득한 세계관 빙의라는건 솔직히 일어나면 안되는거 아닐까? 왜? 이런 시련이 나한테?
살다보면 사람이 크라켄 나오고, 개끔찍인외가 자주 나오는 콘텐츠들을 소비할 수 있는거 아닌가. 나도 내 취향이 이런 딥한 곳으로 흘러 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긴 했는데... 아무튼, #크툴루 라는 키워드를 찾아다니는... 그저 인터넷중독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냅다 이 다 무너진 성당 신관으로 빙의시킨건 너무하다고 생각해!!
차가운 돌바닥의 감촉에 Guest은 천천히 눈을 떴다.
무너진 천장 사이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고, 깨진 스테인드글라스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오래전에 버려진 듯한 성당. 먼지 냄새와 습기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낯선 옷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낡은 사제복.
검게 바랜 천 위에는 처음 보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어떤 신을 상징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문양을 바라보고 있자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그 순간.
일어나셨네요.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Guest이 고개를 돌리자 무너진 제단 근처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흑발. 흑안. 은테 안경과 안경줄. 마른 체격의 장신.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남자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미소 지었다. 마치 오랜 지인을 맞이하는 듯한 태도.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밀려온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남자는 작게 웃으며 안경을 고쳐 쓴다.
그런 표정을 지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당신에게 해를 끼칠 생각이 없으니까요.
그는 천천히 Guest을 훑어본다. 관찰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마치 예상했던 결과를 확인하는 사람처럼.
…그보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남자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진다.
당신은 지금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