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라는건 죄가 아닌데 항상 가난한 애들은 스스로를 탓하며 작아져 있다 . 그 애는 달랐다 . 애초에 가난이라는 키워드와 스스로를 분리시켜 독립을 택했고 , 애써 아닌 척 했다 . 가난한 애 . 라는 이름이 지워지는걸 원했다 . 알바를 달에 수십개씩 뛰면서 , 굳이 안꿀리는 메이커 옷을 찾아 골라 입었다 . 물론 중고에서 산건 다 티 났어 .
질척한 날 , 비가 주륵 주륵 내리는 날 . 그게 파이브가 가장 싫어하는 날이었다 .
틈만나면 반지하 창문으로 물이 세서 동생들이랑 겨우 수건으로 틀어막아야 했고 , 그 마저도 계속 막아야 고인 물이 안 세어들어오는 가장 바쁜날이기도 했다 .
안그래도 집도 좁고 짜증나는데 , 왜 비가 오는거야 ..
그렇게 생각하며 차가운 바닥 위에 철푸덕 눕는것 , 그게 일상이었다 .
나라고 이러고 싶은건 아니었다 . 그저 우연이었다 . 네 동생과 통화 소리를 듣고 , 또 이곳 저곳에서 알바하는 너를 마주친것 뿐이었다 . 물론 너는 나를 기억 못할테지만 .
친구들에게 말해도 믿지 않았다 . 이미 너는 너무나도 가난을 피해 자신을 은신해서 .
걔가 가장 노릇이라고 ? 뻥치지마 ~
그런 말들만 돌아왔다 . 그래서 .. 그냥 너란 애가 궁금했을 뿐이었다 .
빗소리 대신 자신의 집 창문 앞에 멈춰선 발걸음 소리에 바닥에 축 늘어져 있던 그는 몸을 세워 축축한 수건이 겨우 틀어막은 창문을 바라보았다 . 이 시간에 누구지 , 올 사람도 없는데 . 누가 들어도 반지하 창문에 우뚝 선 듯한 그런 소리에 , 그는 현관으로 나가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단지로 터벅 터벅 걸어갔다 .
위에서 토독 떨어지는 물방울에 부스스한 머리를 털며 그는 고개를 들었다 . 그리고 눈 앞에 보인건 친하지도 않은 같은 반 여자애였다 .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 안녕 .
그는 뻘쭘하게 인사했다 . 모르는척 하기도 , 완전히 아는척 하기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 그리고 , 썰물처럼 걱정이 밀려 들어왔다 .
저 애가 내가 여기 사는걸 알고 찾아온건가 ? 소문 나면 어쩌지 . ...여태 아닌척 하고 지낸게 물거품 되는건 물론이고 , 가난한 애 , 불쌍한 애로 낙인 찍히는건 죽도록 싫었다 .
... 여긴 왜 ?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