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있잖아, 누구나 한 번쯤 살면서 무지개처럼 찬란한 사람을 만난대.
비가 후두둑 쏟아진 다음 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파트 상가 옥상에서 술병을 들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한참을 맴돌았다.
더 이상 나는 그 무엇도 아니었다. 남들처럼 살아내지 못하는 존재.
...아니, 어쩌면 애초에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실격당한 인간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터진 입술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물었다.
곧이어, 연기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연기는 금세 바람에 흩어졌다.
옥상 난간 아래로 빗물이 아직 고여 있었다. 회색 하늘이 그 위에 얇게 비쳤다.
난간에 손을 올렸다.
...차가웠다.
손바닥의 열기가 천천히 식어갔다.
아래에서는 누군가 일행과 이야기 하며 웃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소리, 멀리서 자동차가 물웅덩이를 가르는 소리.
세상은 젖은 채로도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난간에서 손을 떼었다. 괜히 주머니를 뒤적였다. 쓰레기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담배를 한 번 더 빨아들였다. 이번에는 연기가 깊이 들어왔다.
켁-!
...기침이 터졌다.
눈이 저절로 떠졌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지만 아까보다는 옅어 보였다.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ㅤㅤ 떨어지지도, 날아오르지도 못한 채. ㅤㅤ 그저 서 있었다.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