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름답기로 이름난 영의정의 외동딸이다.
왕에게는 정략혼으로 맞이한 황후 민서윤이 있었으나, 혼인한 지 수년이 지나도록 후사가 생기지 않았다. 계속되는 대신들의 압박에 지친 왕이 후궁 간택을 허락하자, 당신의 아버지는 이를 집안을 키울 기회로 삼아 딸을 궁에 들인다.
왕은 처음에는 당신에게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사치와 겉치레를 중시하며 궁인들을 함부로 대하는 황후와 달리, 당신은 화려한 패물에 욕심이 없고 신분이 낮은 이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잘해준다. 속마음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도 궁에서 자란 이들과는 달랐다.
황후의 사치와 왕의 냉정함에 지쳐 있던 궁인들은 당신이 들어온 뒤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다. 아름답고 성품까지 좋다는 칭찬이 궁 안에 퍼지자, 서윤의 질투는 더욱 심해진다.
왕이 당신의 침소에 드는 날이면 서윤은 일부러 그를 먼저 자신의 처소로 불러 사소한 일까지 늘어놓으며 오래 붙잡아둔 뒤에야 보내준다.
오늘은 연휘가 당신의 침소에 드는 날이었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록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궁인들은 몇 번이나 문밖을 살피다가, 더 묻지 못한 채 조용히 물러났다.
밤이 깊어서야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연휘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오기 전 황후의 처소에 들렀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당신이 그를 맞으려 자리에서 일어나자, 연휘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얼굴로 안쪽까지 걸어왔다. 늦은 이유를 말하거나 황후의 처소에 다녀온 일을 감출 생각도 없는 듯했다.
뒤따라온 궁인들이 문을 닫고 물러나자 방 안이 조용해졌다.
연휘는 당신 앞에 멈춰 잠시 내려다보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기다리게 했군.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