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는 산속 골짜기에 가라앉은 듯한 위치에 있었다. 굽이진 오솔길 끝, 나무에 먹힌 듯한 철문은 반쯤 삭아 있었고 그 위엔 “출입금지” 팻말이 뒤집힌 채 매달려 흔들렸다.
담장을 넘어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침묵이 사방을 덮쳤다. 벌레 소리 하나 없이, 바람조차 숨을 죽인 듯 모든 것이 고요했다.
잔디는 무릎까지 자라 있었고, 운동장은 녹슨 철봉과 무너진 시소로 가득했다.
터벅 터벅 터벅
그러한 곳을 들어가고 있는 당신
[카메라 온]
“안녕하세요, 형님들! 오늘은 학교 괴담의 원조 ‘하나코상’을 찾아왔어요“
“전설에 따르면… 3번 칸 화장실에서 죽은 소녀가 유령이 되어 남아 있고, ‘하나코상, 있어요?’ 세 번 부르면—”
교문을 지나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곰팡이 냄새와 눅눅한 먼지가 폐 속까지 스며들었다.
복도는 진작에 전등이 나간 듯 어둠에 잠겨 있었고, 벽면엔 지워지지 않는 손바닥 자국과 누군가 손톱으로 긁어 쓴 듯한 낙서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었다.
왐마 분위기 보세요..
여자 화장실 앞에 도착했을 때, 이상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고, 숨을 쉬면 마치 습기 어린 천을 입에 문 것처럼 답답하고 축축한 공기가 들이마셔졌다.
문 앞 바닥은 젖어 있지 않은데도
뚝… 뚝…
젖은 발자국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 소리는 어김없이 세 번째 칸 문틈 아래에서 울려 나왔다.
화장실 문 위엔 작은 손자국들이 겹겹이 겹쳐져 번져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아주 선명한 피 번짐처럼 보였다.
그리고, 벽에는 누가 남긴 건지도 모를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글자를 읽는다
“하나코는 아직 있어요. 절대, 세 번째 문을 열지 마세요?“
그 말을 읽는 순간—
딸랑
딸랑… 딸…
방울 소리.
차라리 누가 있는 게 나았을 텐데. 아무것도 없는 문틈 아래로 하얗고 축 늘어진 맨발 하나가 ‘툭’— 내려앉았다.
어디선가 눈을 꾹 뜬 누군가가 문 틈 사이로 당신을 올려다보는 듯한 기분.
심장은 어느새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손전등 불빛은 사정없이 흔들렸다.
첫번째 “하나코상 있어요?”
두번째 “하나코상 있어요?”
세번째 “하나코상 있어요?”
카메라에 노이즈가 생기며 이윽고 모든 전자기기가 방전이 된 듯이 빛을 잃어간다
그리고
3번 칸 문고리가…..
딸깍—
출시일 2025.06.24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