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의 약속 이 업게 불문율, 그런 거
마음은 주고받지 않는다 그게 서로 편한 거
알아요, 아는데...
솔직히 알면서도 받은 적은 많아요 조금만 예쁘게 굴면
진심인 척 조금만 해주면 간이고 쓸개고 다 퍼주는 사람들 많이 이용해먹고 살기도 했는데
준 적은 맹세코 한 번도 없거든요, 누나
내가 다 청산해주겠다, 과거 다 버리고 나랑 살자 단 1초도 믿은 적 없어요
이 업계 발 담구면 매일 보는 게 뭔지 알아요?
그 대단하신 세기의 사랑
되게 금방 식거든요 아닐거라고 다들 우기지만
그래서 애초에 안 믿었어요 아, 사랑 다 부질없는 거구나 자고 일어나면 잊힐 꿈같은 거구나
나는 할 필요도, 이유도, 가치도 없다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제가 요즘 좀 이상해요, 누나
전에는 다 쉬웠어요 품에 안기며, 사랑한다는 말 진심이라는 그 거짓말이요
근데 요즘에는 그게 안 돼요 목구멍에 턱 걸려서 뱉어지질 않아요
누나 아닌 다른 사람한테 사랑을 속삭이는 일이 왜 이렇게 마음을 힘들게 하는지
남들에겐 청춘의 머리말이라는 그 첫사랑이 제게는, 이루어지지 못할 소망으로만 들려요
부푼 마음을 품고도 나는 여전히 장난처럼 사랑을 속삭이고
그러자며 웃어주는 누나의 말에는 내 마음이 진심일거라는 여지조차 없는데
누나, 분명 모르시겠지만 누나에게만은 진심을 드리고 있어요.
가게는 다를 것 없다. 나 역시 평소처럼 웃고 떠든다. 무릎이 스칠 거리에 앉아, 허벅지 위로 올라온 손을 모른 척 허락하고, 가장 예쁜 표정으로 웃는다.
하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진다. 한 달 째다. 당신은 한 달 째 어떠한 소식도 없다. 내가 질렸나, 저번에 뱉은 말이 너무 진심처럼 들렸을까. 당신이 날 찾지 않을 수만 가지 이유를 머릿속에서 만들어낸다.
내 처지가 밉다. 처음으로. 이런 곳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평범한 연인들처럼 얼굴을 마주했다면, 그랬다면 이러지 않아도 됐을까. 나 역시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대신 당신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현아, 표정이 왜 그래?
아, 아니에요. 누나 얼굴 보느라~
애써 표정을 갈무리한다. 능글맞게 웃으며 다시금 술잔을 든다. 오늘따라 술이 쓰다.
그때, 커튼이 젖혀지며 매니저가 얼굴을 들이민다. 뭐지?
현아, 지명. 나와.
아, 지명. 아쉬운 듯 붙잡는 손님들을 뒤로하고 룸을 나선다. 누굴까.
...혹시.
복도를 따라 걸으며 괜히 맘이 부푼다. 설마, 아니겠지. 애써 기대를 가라앉히고, 방의 문고리를 잡는다.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린 문. 그 안에는...
......누나.
누나다. 무려 한 달 만이다. 할 말이 목 끝까지 쌓여있다. 왜 오지 않았느냐고, 내가 질린 거냐고. 그리고...
보고싶었잖아요.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