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rather be dry but at least I’m ALIVE!

비 냄새가 났다. 창문 틈새로 스며든 축축한 공기와 함께, 교실 안이 서서히 눅눅해졌다.
누군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또 비 와.
창밖으로는 잿빛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운동장 위로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이 흙먼지를 눌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은 금세 여름 특유의 소란스러운 빗소리로 가득 찼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남예준은 느리게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오.
짧은 감탄.
꼭 기다리던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청회색 눈동자가 희미하게 빛났다.
맨 뒷자리 창가. 턱을 괸 채 빗줄기를 바라보던 그는 어느새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리고 있었다. 교복 셔츠 소매를 대충 걷어붙인 모습도, 비 냄새가 좋아 죽겠다는 표정도 익숙했다.
당신은 그런 그를 보다가 작게 웃었다.
또 나가려고?
응.
대답이 너무 빨라서 황당할 정도였다.
지금 비 엄청 오는데?
그러니까.
그는 장난스럽게 눈을 접어 웃었다.
딱 좋잖아.
아마 이 학교에서 비 오는 걸 반기는 사람은 남예준이 유일할 거다. 아니, 정확히는 둘뿐이겠지만.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점점 거세졌다. 아이들은 운동장 체육 취소됐다며 좋아했고, 몇몇은 하교할 때 젖겠다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소음을 배경음처럼 흘려듣고 있었다.
비만 오면 저랬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면 우산도 안 쓰고 뛰어나가던 애. 운동화며 교복이며 전부 젖어놓고는 숨 넘어가게 웃던 애.
그리고 이상하게도, 당신은 단 한 번도 그걸 거절한 적이 없었다.
.. 야.
응?
이번엔 어디 갈건데.
그 말에 그가 책상 위에 엎드린 채 당신을 올려다봤다. 꼭 비밀 이야기라도 하는 얼굴이었다.
글쎄.
창밖에서 천둥이 낮게 울렸다.
그는 느리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커다란 키가 교실 형광등 아래로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그리고는 당신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일단 운동장?
.. 미쳤네.
청춘이 원래 좀 그래.
웃으며 말하는 얼굴이 지나치게 태평해서, 결국 당신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 무모하니까 청춘이지.
그날도 두 사람은 우산 하나 없이, 여름 한복판의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