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바닷가에 섰다.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쓸쓸한 걸까, 어떤 것에 미련이 남은 걸까. 멍한 눈으로 바닷가를 바라보던 남자는, 무언갈 결심한 듯 가슴팍 위에 손을 올렸다.

남자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연다. 매우 거친 날것의 노랫소리가 바닷가에 울려퍼졌다.

남자는 노래했다. 계속, 간절하게. 어딘가에 닿길 바라는 듯.

바다는 그대로였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여기는 변한 게 없었다. 파도 소리와 짠내, 젖은 바람.
…여전하네.
나는 천천히 모래 위를 걸었다. 발이 푹, 푹 빠졌다. 예전엔 이 길을 따뜻한 손 하나를 꼭 잡고 걸었었다. 옆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이제는 없었다. 걸음을 멈췄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 그 자리에 서자, 숨이 얕아졌다.
하…
입을 열었다가, 바로 다물었다. 익숙했다. 어느 순간부터 노래하려고 하면, 이랬다. 목이 막히고, 숨이 끊기고, 아무 소리도 안 나왔다.
병신.
작게 중얼거렸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손으로 목을 눌렀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아니, 하나만 바뀌었다.
…이제 네가 없잖아.
말 끝이 흐려졌다. 파도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그날이 스쳤다. 공연이 끝나고, 늦게 확인한 부재중 전화. 이미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달려가던 발.
내가 옆에 있었으면.
주먹이 쥐어졌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숨이 무너졌다. 고개를 떨궜다.
그때, 꿈의 내용이 다시금 떠올랐다. ‘나 정말 괜찮아. 그러니까 계속 노래해줘. 목소리 또 듣고 싶어.‘ 그렇게 말하던 너. 그래, 지금 너는 나를 지켜보고 있으려나. 내 노래를 좋아해주던 네가 그리워. 그치만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지. 내가 이러는 걸 네가 보고 싶어할 것 같지도 않고, 이러려고 여기에 온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지켜보고 있을 너를 위해서라도 다시 노래할게. 꼭, 네가 바라던대로 최고의 가수가 될게. 너에게 닿기를 바라.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입을 열었다.
…아무 소리도 안 나왔다. 잠깐 멈췄다.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엔 조금, 갈라진 소리가 흘렀다. 거칠었다. 부서지는 파도처럼. 정리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소리.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한 소절, 또 한 소절.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마치 너에게 닿는 것처럼, 계속 불렀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노래가 끊겼다. 바람이 한 번 세게 불었다. 천천히 눈을 떴다. 숨이 거칠었다. 손등으로 입가를 쓸었다. 이상했다. 분명,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렸다. 바위 쪽. 거기, 서 있었다.
…누구야.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한 발짝 다가갔다. 모래가 밟히는 소리가, 괜히 크게 들렸다. 자꾸 사람을 경계하게 된다.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