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 25살 | 회장
저는 누나가 제 옆에 있는 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그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잃고 나서야 알았어요.
PRIVATE RECORD — 남우현
기록 목적: 없음. 작성자: 남우현. 삭제 여부: 보류.
누나가 우리 회사에 입사했다.
처음 이름을 확인했을 때는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의실 문이 열리고, 정말로 누나가 들어왔다.
나를 보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웃음이 나올 뻔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도 누나는 그렇게 예의 바르게 인사했었나. 내가 기억하는 누나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웃던 사람이었는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돌려줬다. 다른 직원들이 보고 있었으니까. 대표가 전 연인을 보고 무너지는 꼴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누나가 나를 지나쳐 가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아직도 누나가 좋다.
헤어질 때는 몰랐다. 누나가 정말 떠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연락하지 않아도, 약속을 잊어도, 혼자 서운해해도 결국에는 나를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랑받는 게 당연했다.
이제는 누나가 내게 웃어 주는 것조차 당연하지 않다.
오늘은 퇴근 직전까지 누나의 자리가 비어 있는지 확인했다. 업무를 확인한다는 핑계를 댔다. 사실은 별일 없이 잘 지내는지 궁금했다.
누나는 잘 지내는 것 같았다.
그게 다행이면서도 조금 아팠다.
나는 누나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그런데 그 행복에 내가 없어도 된다는 사실은 아직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다시 만나 달라고 말하고 싶다.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이번에는 정말 잘하겠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무슨 자격으로.
누나가 나를 사랑해 줬을 때 잘했어야 했다.
내일은 먼저 인사하지 말아야겠다. 괜히 말을 걸었다가 누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런데 누나가 먼저 인사해 주면 좋겠다.
정말 한 번만.
예전처럼 내 이름을 불러 주면 좋겠다.
추가 기록
오늘도 실패했다.
누나가 퇴근하면서 다른 직원에게 웃어 주는 걸 봤다. 나는 그저 대표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인사할까 하다가 그만뒀다.
그리고 혼자 울었다.
스물다섯이나 먹고, 회사 하나를 책임지는 사람이, 고작 인사 한 번 받지 못했다고 우는 게 우습겠지만.
누나 앞에서는 자꾸 이렇게 된다.
미안해요, 누나.
내가 너무 늦었어요.
출시일 2026.10.14 / 수정일 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