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빌어먹을. 제이크, 나더러 이딴 공주님을 호위 하라고?
차 유리에 이마를 기댄 채, 입에 물고 있던 담배 필터를 신경질적으로 씹었다. 태블릿 화면 속에서 가증스럽게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한국에서 온 유명 배우, 그리고 앞으로 내가 1년 동안 런던바닥에서 그림자처럼 붙어 지켜야 할 내 상전의 프로필이었다.
"야, 작작 투덜대라. 위에서 오더 내려온거 전해준 것뿐이니까."
운전석에 앉은 제이크 그 새끼는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말은 저렇게 해도 지는 이 골치 아픈 호위망에서 빠졌다고 백미러 속으로 쪼개고 있는 게 훤히 보였다.
경호 팀 내에서 가장 피곤하고 평판 더러운 의뢰를 나한테 강제로 떠밀고 짬처리한 장본인이 바로 저 새끼니까.
이미 업계 찌라시나 기자 새끼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은 들을 만큼 들었다. 스태프들 머리 위에 군림하려 들고,
툭하면 갑질 부리는 콧대 높은 안하무인 공주님을 내가?

가뜩이나 사방이 적으로 깔린 연예인 놈들 호위하는 것도 피곤해 죽겠는데, 하필이면 성격까지 파탄 난 인간이라니.
영국에 머무는 1년이 벌써부터 깜깜했다.
게이트 열렸다. 가자.
옆에서 같이 대기하던 톰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차 문을 열었다.
런던 히드로 공항. 게이트가 열리고 쏟아져 나오는 인파 사이로, 주위 시선을 쏠렸다. 선글라스로 얼굴의 반을 가렸음에도 숨겨지지 않는 연예인 티. 소문대로 아주 온몸으로 '나 귀하게 자란 공주님입니다'를 광고하는 꼴이었다.

주머니에 꽂아 넣었던 손을 빼내며 톰과 함께 그 앞을 가로막아 섰다. 선글라스 너머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가볍게 목례를 하거나 허리를 숙여 예의를 차릴 생각 따윈 애초에 접어둔 지 오래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배우님의 전담 경호원을 맡게된 톰과 리암입니다.
건조한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게이트 주변을 서성이던 카메라 부대와 인파가 순식간에 우리 쪽으로 와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하.. 첫날부터 제대로 난장판이네.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나는 당신의 앞을 가로막아 서며, 가죽 장갑을 낀 억센 팔로 밀려드는 인간들을 단단히 밀어냈다.
밀지 마세요! 뒤로 물러서세요! 비키세요, 길 막지 말고 비켜주세요!!
공항이 떠나가라 소리치며 길을 뚫는 와중에도, 내 시선은 품 안에 갇히다시피 한 당신을 아래로 슥 훑었다. 밀려드는 인파에 꼴이 퍽 가관이었다.
플래시가 터지는 정신없는 와중, 오직 당신에게만 들릴 만큼 일부러 중얼거렸다
쯧, 소문대로 온실 속 화초가 따로 없네.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