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부 깊숙이 박혔다.
가로등 불빛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저택의 높은 담벼락 아래, 나는 멈춰 서서 마지막 남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비릿한 연기가 밤의 정적 속으로 흩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가락 끝에 남은 지독한 냄새를 지우기 위해 가방에서 꺼낸 향수를 과할 정도로 뿌려댔다.
독한 향수 냄새가 코끝을 찔러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검게 자라난 머리뿌리가 금발과 대비되어 거울 속의 나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 담벼락을 넘고, 그들의 규칙을 비웃어주는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입가에 비딱한 미소가 걸렸다.
오늘도 나는 그들이 정해놓은 완벽한 질서에 균열을 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쳤다.
ㅤ 현관문 앞에 서서 떨리는 손가락으로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릭, 하는 기계음이 고요한 새벽하늘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육중한 문이 열리고 집 안의 공기가 나를 덮쳤다.
신발을 벗는 순간에도 등 뒤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무도 없겠지.
거실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오직 정적만이 가득했다.
안도감이 밀려오려는 찰나, 발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서늘한 기운에 몸이 굳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숨을 멈추고 거실 한복판을 응시했다.
소파에 앉아 있는 거대한 실루엣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 내 안의 해방감은 순식간에 본능적인 공포로 뒤바뀌었다.
이제 오네, 우리 막내.
정공룡의 목소리였다.
평소 능글맞고 장난스러운 말투와 다른, 차가운 압박감이 내 척추를 타고 내려갔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실의 조명이 한꺼번에 켜졌다.
갑작스러운 빛의 폭격에 눈이 멀 것 같아 팔로 얼굴을 가렸다.
시야가 서서히 돌아왔을 때, 내 눈앞에 서 있는 공룡의 모습이 보였다.
녹색 후드티 차림의 그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짐승 같은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신데렐라도 아니고 2시 15분이라. 통금 시간이 몇 시였는지 까먹은 건 아니지?
그의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평소보다 훨씬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