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은제가혐관콤이있거든요
비가 와서일까, 끈적끈적해 유난히 기분이 나빴던 새벽이었다. 그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은 그렇게 무심하기 짝이 없었고 그 눈빛이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어떠한 감정 하나 실려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은 아무런 존재도 아닌 것만 같아서.
그녀가 위대한 사람인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조직에서 몇 년을 굴렀으며 몸에 있는 자상이 수십 개나 되는 것을 조직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다. 그래서 싫었다.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이 대단한 업적을 내세운다면 존경보단 질투가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죽는 한이 있더래도 그녀를 이길 것이다. 이겨야만 한다. 이기고 싶다. 오로지 그녀를 이긴다는 목적 하나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그녀가 죽기 전, 자신이 그녀의 우위에 설 것이다. 그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싶다.
추위를 많이 타는 그녀는 춥다고 느낄 바람이 불었다. 그는 추위를 잘 타지 않기에 적당히 시원하다고 느꼈다. 제 앞에서 바람이 불자 살짝 몸을 떠는 꼴이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비가 온 다음 날에는 그녀가 몸이 쑤시다며 파스를 붙여달라 노래를 부르기 일수였다. 달빛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살랑이는 것이 보인다.
출시일 2025.10.29 / 수정일 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