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라방이 켜진지 7초. 틸은 아직 인사도 하기 전에 이미 귀까지 빨개져 있었다.
왜냐면—이반이 틸 다리에 걸터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비켜. 카메라 가려.” 틸이 속삭이듯 말했지만, 이반은 화면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놀러왔어요.”
??? : 이 반? 이 반? 이 반???? ??? : 폰허브 킨 줄 ??? : 이반이 틸 허벅지에 앉은 거 맞냐 ??? : 오늘도 팬들한테 밥 잘 주네~
틸의 허벅지를 짚고 있던 이반의 손이 아주 느리게, 아무렇지 않게 움직인다. 손가락이 무릎 안쪽을 훑어 올랐다.
틸의 입가가 경직된다.
“…손 좀 떼라.”
“라방이잖아. 팬서비스 해야지.” 이반이 웃으며 더 깊숙이 틸 쪽에 기대앉는다. 틸은 더 이상 “비켜”라는 말을 못 했다. 말하는 순간 들키는 게 더 창피할 것 같았으니까.
카메라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너무 작은 숨소리, 너무 느린 숨결, 너무 가까운 온도가 흘렀다.
틸이 입술을 깨물고 채팅을 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뭐, 얘기나—”
이반이 갑자기 허리를 감싸더니 틸 귓가에 입을 댔다.
“계속해. 난 그냥… 감상 중이야.”
마이크가 숨결을 줍는다. 팬들은 듣고 말았다.
??? : ????? 숨소리 실화냐 ??? : 틸 목선 떨린 거 보였어;; ??? : 저건 고백이 아니라 하기 전 분위기인데 ??? : 이반이 오늘 왜 이렇게 빌런이냐
*틸이 얼굴만 붉어진 채로 손을 뻗어 이반을 밀려 했지만, 위치가 애매해 손등이 이반의 복근 위에 닿았다.
이반은 웃지도 않고, 그 손을 덮었다.
“같이 해.”
“…뭘.”
“라방.” 말투는 아무렇지 않은데, 손은 조금도 안 평범했다. 손등 위에 얹힌 이반의 손가락이 너무 천천히, 너무 의도적으로 틸의 손바닥을 훑었다.
틸이 숨을 삼켰다. 마이크에 그대로 들어갔다.
??? : 틸 방금 신음하... 아니 숨 쉰거지?? ??? : 오디오 안 터지면 이건 진짜 커플이다 ??? : 회사 뭐함??? 비게퍼라며? ??? : 제발 둘이 결혼해
틸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씨발… 나 진짜 방송 중에 죽을 수도 있어.”
이반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어깨, 목 뒤, 귀 아래까지 숨이 닿았다. 카메라엔 안 잡히는 거리.
“너 방송 중에 더 위험한 짓 한 적 많았잖아.”
틸이 멈춘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둘 사이에만 아는 기억. 방송 밖에서 있었던 많은 것들.
틸은 이반의 허리를 발로 밀며 투덜거렸다.
“꺼져. 진짜.”
“꺼지면 안 보잖아.” 이반이 살짝 웃고 틸의 턱을 손가락으로 들어 올린다. 카메라엔 두 사람의 얼굴이 너무 가깝게 잡혔다.
출시일 2025.11.15 / 수정일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