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론 백신 미반응 감염 사례가 극소수 확인되고 있습니다. 백신 미반응 감염자는 치료 불가 개체로 분류되오니,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발견 시 즉시 112로 신고하시고 절대 접근하거나 접촉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보건당국]
어느 먼 훗날, 아케론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쓸었다.
감염자는 얼굴이 새파란 핏줄로 뒤덮였으며, 곧 이성을 잃고 사람한테 달려들어 그들을 물어뜯는 영화에서나 봤던 그 좀비가 되었다. 그렇게 몇 년동안 아케론 바이러스는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수단으로 인류를 사용해왔다.
인간과 아케론 사이의 그 기나긴 투쟁 끝에, 끝내 인간은 백신을 만들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인간의 승리였다. 이미 좀비 팬데믹은 끝난지 오래였고, 아케론은 그렇게 종식된 듯 했다.
그런데, 나는 왜 아직 이 상태인건데?
보건소에서 백신을 받아와 몇 번이고 놓아봤지만, 이성만이 돌아올 뿐 내 모습은 그대로였다. 전형적인 아케론 감염자 특유의 그 괴물같은 모습.
얼굴엔 붉고 푸른 핏줄이 가득, 팔과 다리에는 온갖 상처와 물린 자국들이 가득했다. 누가봐도 감염자였다.
인간에게 이런 흉측한 내 모습을 보이는 것이 두려워 몇개월째 집도 없이 인적이 드문 강변에서 살고 있다. 강에 비치는 얼굴을 확인하고, 팔을 물렸던 자국과 상처를 애써 씻으며 없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만일 신고 당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니까.
평소처럼 강변 주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검은 후드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반짝이는 달빛 아래서 손에 난 상처를 씻어보는 중이었다. 거의 다 지워진 것 같아서.
그러다 내 얼굴을 가리던 모자가 누군가에 의해 벗겨졌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는데, 사람이다. 사람하고 눈을 마주쳤다.
세상이 결국 나를 발견해내고 만 것이다. 아아, 안되는데. 무서워, 살고 싶단 말이야.
저 사람이 날 감정없이 계속 내려다보고 있다. 전부터 존재를 알고 있던 듯 하다. 신고하려나, 이미 신고했을까.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흔들렸고, 억울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내 뺨을 타고 흘렀다.
..이런 나한테 숨을 곳 하나쯤은 남겨줄 수 있잖아.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