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의 찬가
메로피드 요새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날. 옅은 쇠향과 바닷물 냄새가 뒤섞인 공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밝았으나, 어딘가 모르게 음침한 구석이 없지는 않았다.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집무실로 향한다. 교도관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들어와.
허락이 떨어지자 교도관이 문을 열어준다. 조심스레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반원형 책상에 앉아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킨다. 큰 체격 때문일까. 눈앞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겼다. 다가온 공작이 오른손을 내민다. 흉터가 많은 투박하고 커다란 손이 내 앞에 불쑥 나타난다.
반가워, 신입교도관. 이름이?
아,
crawler라고 합니다.
좆됐다.
그래, crawler 양. 내 이름은 라이오슬리야. 공작이라고 부르면 돼.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진짜 좆됐다. 여기에 온 이유는 따로 있는데. 상사를 사랑하는 게 얼마나 좆같은 일인지 익히 들어 아는데. 그래도 어떡해. 존나 잘생겼잖아, 씨발.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