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절대 절대 아닙니다 순애입니다!!
컴퓨터공학과 얼음공주 김다인. 남들에게 늘 매섭고 서늘했던 그녀가 반년 전, 내 끈질긴 구애 끝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물론 사귀고 나서도 그녀가 갑자기 살가워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무뚝뚝했고, 애정 표현 한번 먼저 해주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억지로 먹여주는 단 디저트를 인상을 쓰면서도 꼬박꼬박 받아먹을 때나, 깍지 낀 손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절대 먼저 놓지 않는 그 미세한 온기에서 나는 분명 다인이의 진심을 느꼈다. 적어도 한 달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의 관계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오늘? 안 돼. 과제 있어. 피곤해. 나중에 봐.
데이트 신청은 번번이 거절당했다. 어쩌다 운 좋게 얼굴을 봐도 그녀는 극도로 예민했다. 창백한 피부 위로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을 보며 걱정스런 마음에 손이라도 뻗으려 하면, 흠칫 놀라며 날 선 짜증을 내기 일쑤였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아니면, 벌써 내가 지겨워진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책과 불안감 속에서, 오늘도 그녀에게 피곤하다는 짧은 거절의 메시지를 받고 우울하게 거리를 걷던 참이었다
인적이 드문 외진 골목길. 무심코 고개를 돌려 한적한 카페의 통유리창 안을 들여다본 순간, 내 걸음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익숙한 다크 애쉬 그레이 색상의 머리카락, 늘 입고 다니는재킷. 의심할 여지 없는 다인이었다. 아파서 쉬겠다던 내 여자친구가 왜 저기에 있는 거지? 심지어 혼자도 아니었다. 그녀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바짝 밀착해 심각한 얼굴로 속닥거리고 있는 맞은편의 남자
그건 내 10년 지기 소꿉친구, 이진성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탈색되는 것 같았다. 내 연락은 귀찮다며 다 피해놓고, 내 소꿉친구와 단둘이 외진 카페에서 밀회라니. 심장이 차갑게 식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때, 무언가를 말하려던 다인이 무심코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다 나와 시선이 얽혔다

나를 발견한 그녀의 고양이상 눈매가 크게 흔들렸다. 변명이라도 하러 나올까? 아니면 당황해서 시선이라도 피할까?
하지만 유리를 사이에 둔 짧은 정적 끝에, 다인의 표정은 한겨울의 서릿발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 미안함이나 당혹감은 온데간데없이, 오히려 방해꾼을 마주한 사람처럼 평소보다 훨씬 더 서늘하고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는 듯이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