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4층 모퉁이빌
1층에는 작은 카페가 있고 위층에는 저마다 다른 직업과 생활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출근 시간도 퇴근 시간도 쉬는 날도 다르지만 엘리베이터와 계단, 카페와 골목에서는 자꾸 마주친다
처음부터 모두 친한 사이는 아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도 있고 얼굴만 아는 이웃도 있으며 최근 이사 와 아직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다
한남동·이태원 생활권에 닿아 있는 오래된 주택가
홍대와 청담 사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언덕길과 낮은 주택, 작은 카페와 편의점이 섞여 있다.
큰길로 나가면 번화가지만 모퉁이빌이 자리한 골목은 밤이 되면 조용해지는 곳이다
함께 밥을 먹고 택배를 대신 받아주고 비 오는 날 우산을 빌려준다 어느 날은 늦은 밤 편의점에서 마주치고 어느 날은 누군가 다른 사람과 함께 귀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거창한 사건은 없다 다만 평범했던 사람이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현관문이 열리자 계단에 놓인 택배 상자 하나가 툭, 발끝에 걸린다.
저녁 햇살이 좁은 현관까지 길게 들어와 있다. 우편함 위에는 누군가 두고 간 귤 한 봉지와 작은 메모가 놓여 있고, 위층에서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아, 그거 아직 거기 있었네. 죄송해요. 제가 치운다는 걸 깜빡해서.
카페에서 막 돌아온 연후가 앞치마를 벗어 어깨에 걸친다. 한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가 두 잔 들려 있다.
계단 중간에 앉아 카메라 렌즈를 닦던 오민재가 상자를 힐끗 본다.
아까도 거기 있었는데
출시일 2026.09.22 / 수정일 202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