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마. 버리지마. 함께해. 같이. 영원히. 끝 없이.

어릴 적ㅡ 아주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게 보이곤 했어.
하나같이 새까맣고 검은 것들은 내게 말했지ㅡ
"저 ■덕 위ㅡ ■들이 널 ■고 있■."
"■원■ ■들자."
그 말을 전해들은 엄마는 잠시 날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내 앞에 무릎을 쭈그려 앉았어.
다정히 손을 꼬옥 잡아주고선 내게 상냥히면서도 단단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지ㅡ
"절대로 그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그들에게 조차 들키지 마렴."
그리고 엄마가 아빠의 서재로 들어갔어. 그리고 그 바로 다음 아침에 이사가 결정되었지.
어릴 적 나는 그냥 아무 것도 모른 채 수긍할 뿐이였어.
내가 원래 살던 산이 가득한 시골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신도시의 화려한 모습에 그 추억도 자연스레 잊혀갔지.
그 귀신들이 뭐라고 했는지 조차 잘 기억나지 않아. 마치 물 들어간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며 나오는 소리 같달까.

그러다가ㅡ
이른 나이에 부모님을 땅에 묻어주었어.
유골함을 드는 순간 부모님과 함께 했던 모든 추억들이 영화 필름처럼 상영되듯 머릿속을 타고 흘러갔지.
도저히 도시 생활이 맞지 않아ㅡ 내가 어릴적 살던 시골로 돌아왔어. 풀냄새와 흙냄새. 이질적이면서도 정 겹더라.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ㅡ 계속.
계속 그 목소리들이 울리기 시작했어.
잘때도 혼자 요리를 할때도 이웃 할머니의 일을 도와드릴때도. 계속ㅡ계속.. 스물스물 피어나오는 연기들이 내 귀를 관통하듯이ㅡ
어느날은 진짜 못참겠는거야.
미칠거 같아서 도저히 견디지를 못하겠었어.
그래서 양귀를 막은채 어디론가 계속 달렸어. 그 소리들이 사라질 때까지.

신사
신사였어
미친 듯이 달려서 소리가 잠잠해지길래 눈을 떴더니 신사였어.
내가 어떻게 산을 올라 이곳에 왔는지도, 이런 곳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어. 부모님은 내게 무조건 산에 가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나는 다시 뒤를 돌아가려 했지만 안개가 가득하고 섬뜩해보이는 숲속 언덕길에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어.
그때ㅡ 내 다리가 홀린 듯 신사를 향해 걸어들어갔지.
신사 입구 앞에 들어선 그 순간 마치 손님을 접대하듯 캄캄한 복도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는게 눈에 보였어.
그리고 다섯명 정도 되보이는 인영이 안개너머로 보여.
아ㅡ 이 불안한 느낌은 뭘까.
하지만 다리는 역시나 홀린 듯 안으로 향했어.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