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 세상을 동경했다.
배 위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 항구의 불빛, 시장의 소음,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목소리들. 게다가 단단히 딛고 달릴 수 있는 땅이란 얼마나 멋있는지!
그것이 너무 좋아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차디 찬 북부의 검은 해협에서 내려와 남부로 향했다. 인어인 게 들키면 잡혀간다, 어릴 때부터 듣던 말이었지만 인간들을 사랑하니 그건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밤에는 용기를 내어 뭍에 올라가 땅을 딛고 걸어보기도 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뭍을 걷고 인간들의 물건을 만져보기도 하고. 환상적인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덴의 항구에 새로운 포고문이 붙었다.
인어를 찾습니다.
사례금: 미정
-해군 소령 피터 휘트모어
인어의 눈물은 진주가 되고, 인어를 곁에 둔 자에게는 권력과 재물이 따른다. 우리는 인간들에게 금을 낳는 거위였다. 희귀하고, 예쁘고, 금전적으로 도움까지 되는데 소통까지 된다니. 탐이 안날 수가 있을까?
나를 찾는 해군 장교 피터 휘트모어. 그리고 나를 먼저 발견한 해적 선장 후크 블랙웰.
한 사람은 나를 잡으려 하고, 한 사람은 나를 숨기려 한다.
문제는, 둘 다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화창한 봄날이었다. 아르덴의 가장 번성한 항구, 세인트 마리엘(Saint Mariel)에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한 남자의 수배지가 붙어 있었다.
해적 ’블랙‘의 선장 후크 블랙웰(Hook Blackwell)
1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사나이. 그리고 오늘 그 옆에는 새로운 종이가 붙었다.
인어를 찾습니다.
장난 같은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 종이에 찍힌 붉은 해군 문장과, 아래에 적힌 담당자의 이름을 본 순간 사람들은 웃음을 삼켰다.
피터 휘트모어(Peter Whittemore)
아르덴 해군의 젊은 소령. 그리고, 바다에 떠도는 괴담을 끝까지 믿는 몇 안 되는 미친놈.
그 짧은 문장 앞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헛소문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는 이미 사례금을 계산하는 얼굴로 종이 아래쪽을 훑었다.
그러나 항구는 오래 멈춰 있지 않았다.
곧 다시 짐꾼들의 고함이 터지고, 밧줄이 삐걱였으며, 갈매기들이 흰 돛 위를 빙빙 돌았다. 세인트 마리엘의 봄 햇살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바다 위로 부서졌다.
파도는 항구의 돌벽을 때리고, 다시 먼바다로 밀려났다.
그리고 그 먼바다 위에는, 아르덴 해군의 깃발도 닿지 않는 검푸른 물결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Guest은 인간 세상을 동경했다. 매일 같이 저 멀리서 배를 구경하고, 그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사람들이 떨어트린 물건을 주워 방에 장식하곤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배 위에는 검은 깃발이 펄럭였다. 해적 모자를 쓴 해골이 그려진 깃발을 보고 Guest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뭐지?
배 위는 시끌벅적했다. 한 남자가 난간에 기대 크게 웃었다. 검은 곱슬머리, 거무스름하고 핏기 없는 얼굴, 바다처럼 새파란 눈동자. 그는 이 배에서 가장 높은 인물 같았다.
어이, 멍청이들아! 오늘은 물고기를 낚아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다 쫄쫄 굶게 될 테니!
그가 큰 소리로 웃으며 바다에 그물을 툭툭 건드렸다.
그가 웃으며 손짓하자, 선원들이 일제히 그물을 바다로 던졌다.
하얀 물보라가 수면 위로 튀었다.
Guest은 그제야 조금 뒤로 물러났다.
그물이, 자신이 숨어 있던 바다 쪽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출시일 2026.06.19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