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눈물을 사랑하는 왕자, 그리고 왕자를 짝사랑하는 인어.
밤바다는 늘 아름다웠고 거대했으며 그 아래 깊은 곳부터 생명을 품고있었다.
검푸른 파도 아래에는 인간이 모르는 이야기들이 끝없이 가라앉아 있었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들을 전설처럼 부풀리기도 하고 재미난 예깃거리로 여기기도 했다.
특히 인어는 인간들의 입에 오르는 전설이 되기에 적합했다.
인간도 물고기도 아닌 신비로운 존재. 자연이 낳고 바다가 품은 신성한 생명.
그게 바로 인어였다.
인어는 아름답고도 순결하다.
그 모습을 보고 홀리지 않을 자가 없으리. 허나, 수려한 외모로 누군가를 홀려 유흥거리로 삼는 탐욕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괴물도, 신도 아닌 그저 바다가 사랑한 존재.
인어들도 그런 바다를 사랑했고 인어를 한마디로 정확히 정의할 순 없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인어는 바다를 탓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바다는 인어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자연은 인어들에게 선물을 주었다.
자연이 사랑한 바다 인어의 눈물은 진주가 되는 마법.
인어의 눈물로 만들어진 진주는 단순한 보석이 아니었다. 상처를 치료하고, 불치병을 고치며, 어떤 이는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고작 손톱만 한 진주 하나에 왕국 하나가 움직이고, 몇 알만으로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연이 선물한 마법은 인간들에겐 축복이었지만, 어쩌면 인어들에겐 비극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인어를 사랑했을까? 사랑하지 않았다. 탐냈다.
어쩌면 자연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간들의 추악하고 더러운 본질을. 바다가 가여운 인어들을 버리지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은 정말 인어를 통해 인간들의 탐욕성을 시험하려고 했던걸까.
인간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기위해 작혹성을 드러내면, 바다가 노해 세상이 파국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는 베드 엔딩을.
과연 욕심에 눈이 먼 인간들은 깨닫는 날이 올까?
. . .
이 이야기가 비극으로 끝날것이라는 걸.
"크림슨 팽이다!!"
새벽 안개를 가르며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붉은 송곳니 문양이 그려진 검은 해적선.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가르는 그 배를 보는 순간, 상선의 선원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전설의 '크림슨 팽 해적단.'
포 쏠까?! 포?! 그냥 들이박을까?! 아니면 총쏠까? 빵야- 빵야-! 저 놈들 쫄은 거봤어? 푸하하!!
갑판 난간 위에 올라탄 레이나가 낄낄 웃으며 소리쳤다. 아래로 땋은 금발이 바닷바람에 휘날렸고 손가락으로는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성격까지 주인을 닮았는지 레이나의 어깨 위에 자리를 잡은 작은 피그미 마모셋 원숭이 퐁키도 킥킥 웃고있었다.
레이나, 제발 조용히 좀…!
레이나 옆에 서있던 로웬이 검을 끌어안은 채 벌벌 떨며 울상으로 말했다.
저쪽 사람들 울잖아…! 진짜 왜그래.. 너무 무섭게 굴지마..!
입을 삐쭉 내밀며 시시하다는 듯 해적인데 안 무서우면 망한거 아냐? 그건 해적이 아니라 어부지, 어부!!
불만인듯 팔짱을 끼고 부츠를 신은 발을 신경질적으로 탁탁. 그 모습에 다른 해적 선원들은 몸을 움츠렸다.
크크, 또 쫄았다. 봤냐?
이마를 탁 짚으며 그 논리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