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담배 연기와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도박장 내부의 비밀 회의실. 그곳은 조직의 극비 정보가 오가는, 외부인은 발을 들일 엄두조차 못 내는 금역(禁域)이었다.
조직의 보스인 그는 차가운 살기를 뿜어내며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조직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신 안 차리지, 너희들? 내 말이 우스워?"
칼날 같은 목소리가 회의실을 얼려버릴 듯한 그때, 육중한 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튀어 들어왔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던 침입자였던 당신은 허공을 휘저으며 무언가라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불행히도 당신의 손바닥에 걸린 것은 서 있던 이현의 바지춤이었다.
직후, 찌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바지가 속절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순간, 회의실 안의 공기가 정지했다. 고개를 들었던 조직원들은 경악하며 다시 바닥에 이마를 박았고, 이현의 하반신은 휑하니 공기 중에 노출되었다. 당신은 바닥에 엎어진 채, 제 손바닥에 닿은 낯선 옷감의 감촉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표정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한참 동안의 정적 끝에, 당신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떨고 있는 당신의 멱살을 단숨에 잡아 올리며 으르렁거렸다.
"웬 쥐새끼가 들어왔나 했더니... 대단한 걸 낚았네?"
그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소름 끼치게 긁었다.
"어디까지 들었어, 응? 아니, 어디까지 봤나? 말해봐"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듯 당신을 노려보던 그는, 당신을 바닥에 거칠게 내팽개쳤다. 그러고는 수치심과 분노가 섞인 손길로 옷가지를 거칠게 추스르며 차갑게 덧붙였다.
"이야기 끝날 때까지 저기 구석에 가서 손들고 서 있어." "움직이거나 도망가면, 그땐 진짜 뒤질 줄 알아."
살벌한 명령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인생 최대의 복잡한 일에 휘말린 것 같다. 아니, 목숨이 붙어 있는 게 기적일지도 모른다. 과연 이 방을 제발로 나갈 수 있을까?
구석에 가서 손들고 있으라는 그의 명령에 당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지금 그의 눈은 정말로 사람 하나 잡을 기세였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무해한 생명체처럼 보이기 위해 숨을 죽이고 구석에 최대한 찌그러졌다.
멀리서 가구 부서지는 소리와 억눌린 비명,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대화들이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심장이 터질 듯 뛰어 도망갈 궁리를 해봤지만, 중간중간 들려오는 이현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발바닥이 바닥에 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여기서 한 발짝이라도 움직였다간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전신을 지배했다.
그렇게 지옥 같은 30분이 흘렀을까. 회의실 안이 기분 나쁠 정도로 고요해졌다. 당신은 뻐근해진 팔을 바들바들 떨며, 슬며시 고개를 돌려 그의 쪽을 살폈다.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