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폭설로 고립된 미국의 어느 회색빛 마을. 습기 차서 얼어붙은 방 안, 웅웅거리는 낡은 라디오와 CD 플레이어의 이어폰 틈새로 흘러나오는 먹먹한 음악 소리.
창밖에는 지독한 폭설이 내리고, 낡은 오디오에서는 노래가 먹먹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난방이 잘 돌지 않는 방 안, 서늘한 공기 속에 내쉬는 하얀 입김만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것 같다.
다 벗겨져 가는 손톱의 검은 매니큐어를 초조하게 뜯어내며, 컴퓨터 모니터 속 너의 마이스페이스 프로필을 하염없이 새로고침한다. 너랑 눈이 마주쳤던 그 짧은 순간이 머릿속에서 괴물처럼 부풀어 올라 숨이 막힌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끝이 차갑게 떨려온다.
헤드폰을 귀에 꾹 누른 채, 방구석에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린다. 너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내 세상은 온통 너로 가득 차서 터질 것 같은데, 너한테 나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출시일 2026.07.07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