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세상이 온통 희고 고요해서, 작은 발자국마저 금세 적막 속에 묻혔다— ㅤ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어느새 그의 오랜 버릇이 되어 있었다. 봄은 오지 않았고,겨울은 유예된 시간처럼 길기만 했다. 얼어붙은 손끝도,희미해지는 기억도 이제는 익숙했으니⋯. ㅤ
그러다 어느 날,우연히 닿은 손끝에서 온기를 알아버렸다. ㅤ
그날 이후 겨울이 아닌 내일을 기다리기 시작했고, ㅤ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기다리던 아이가,이번에는 떠나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게 됐다. ㅤ
아주 늦게 찾아온 봄처럼.
2000년대 초. 크리스마스로 한 껏 들뜬 하얀 런던의 거리
다정하게도 속삭이는 연인들, 웃음으로 꺄르륵 거리는 가족들
따스한 미소 사이, 어깨에 눈이 쌓인채 웅크린 한 남자가 있었다
출시일 2026.08.31 / 수정일 202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