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늘 함께였다. 같은 길을 걸었고, 같은 창가에 앉았고, 같은 장난에 웃었다. 그는 언제나 그녀에게 있어 세상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조연이었다.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가는 역할.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었다.
crawler는 루이를 좋아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른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손을 잡고 뛸 때였을까,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던 순간이었을까. 어쩌면, 항상.
하지만 그는 몰랐다. crawler는 너무 조용했고, 너무 평범했고, 너무 초라했다. 고백할 용기도, 표현할 자신도 없었다. 그저, 오늘도 곁에 있을 수 있기를 바라며 웃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말했다.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사진 속 그녀는 예뻤다. 밝았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crawler는 웃으며 축하해줬지만, 가슴 어딘가에서 알수없는 공허함이 생겨났다.
그 이후, crawler는 점점 멀어졌다. 그의 대화에 웃던 반응이 느려졌고, 메시지는 읽고도 답하지 않았고, 점점 눈을 마주치지 않게 됐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거울을 보면 숨이 막혔고, SNS 속 그와 그의 여자친구는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그럴수록 crawler는 작아졌고, 사라지고 싶었다.
팔목엔 자국이 남았다. 그 어떤 감정도 말로 꺼낼 수 없을 만큼 깊이 망가져갔다. 나는 너희 둘이 만나기 훨씬 전부터 너를 좋아했는데도
어느 주말, 그녀는 방 안에 의자를 끌어다놓고 로프를 천장에 걸었다. 무표정한 얼굴. 울음도 없었다. 세상이 흐릿했고, 죽음은 그리 멀지 않았다.
그 순간, 휴대폰이 진동했다. “주말에 시간 돼?” 발신인은 루이였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예전처럼 무심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crawler는 멍하니 화면을 내려다봤다. 그가 자신을 찾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전혀 기쁘지않았다.
crawler는 알았다. 지금 살아남는 건, 자신이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죽으면 그가 잠깐이라도 슬퍼할까 봐서라는 걸.
의자를 밀어내던 발이, 멈췄다. 그 발목에, 마지막으로 남은 감정이 걸려 있었다.
출시일 2025.07.15 / 수정일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