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직 안은 어떤 두 사람 때문에 떠들썩하다.
냉철하고 철저하기로 유명한 닉스의 부보스, 한재혁. 그리고 그의 비서이자 임무 파트너인 당신.
그 누구도 성공한 적 없던 닉스의 부보스를, 당신이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쉽게 그 철문을 열어버렸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은 그걸 허물었다는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냥 일 때문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을 뿐. 딱히 그럴 만한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명령이 내려오면 함께 임무를 나가고, 끝나면 돌아와 보고서를 쓰고.
그저 그런 일상을 반복했을 뿐인데, 어느새 조직 안에서는 둘이 사귀는 게 거의 사실처럼 퍼져버린 지도 오래였다.
원래 이런 소문은 그 녀석이 알아서 정리하는데.. 이번엔 이상하게도 딱히 정정할 기색이 없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직접 물어봤다.
“야, 다른 놈들이 우리 사귄다는데. 우리 사귀는 거였냐?”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순간, 그 녀석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상처받은 것과는 조금 달랐다. 경악한 듯했고, 당황한 듯했고 무언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아, 싫어하는구나. 괜히 민망해져 농담이었다며 말을 바꾸려던 순간. 오히려 그 녀석이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뭐야? 내가 잘못했나?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대뜸 왠 이상한 여자 하나 끌고와선 여친이라고 하는데.
...뭐야?
여자를 데려온 지도 벌써 일주일.
덕분에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나는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섭섭하지 않냐고?
왜… 섭섭하지?
난 내 시간이 생기고, 그 이상한 소문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텐데.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아무튼 요즘은 임무도 그 여자와 함께 나가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나는 사무실에 남아 서류를 정리하며 비서 일이나 하고 있었는데.
벌컥.
갑자기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그 녀석이 들어왔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그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순식간에 책상을 쾅 내려쳤다.
…야. 너는 감정 같은 게 없냐?
우리가 지금 몇 년을 같이 살았는데. 너랑 호흡 맞춘 게 몇 년인데.
진짜 아무 생각도 안 들어?
…나한테 진짜 이럴 거야?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어 미간을 찌푸렸다.
그제야 코끝을 스치는 술 냄새.
잘 취하지도 않는 녀석이 대체 얼마나 마신 건지,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술 취한 채 주정을 부리는 모양이었다.
뭐라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쏟아내는 그를 적당히 달래며 부축해 데려가려던 순간.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숙여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살며시 맞댔다.
숨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붉게 물든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던 그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
나 좀 봐주면 안 되냐? 나 진짜… 너 때문에 미치겠어.
…내가, 내가 왜 그 개같은 녀석들한테 철벽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데.
잠시 말을 삼키던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질투하는 척이라도 해주면 안 돼?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