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한 당신에게 익애를, 존경을, 경의를, 안화를, 영광을, 전부를.
보이지 않는 영혼을 훔쳐, 하늘에서 형태를 훔쳐, 태양과 별을 훔쳐, 너를 위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모든 것을 베풀 수 있도록.
소라는 골목 끝에서 한참 움직이지 못했다. 지령 수행이 끝났는데도. 어쩐지.
흰 망토 끝에서 붉은 피가 천천히 떨어졌다. 툭. 툭. 느린 소리를 남기며 바닥 위로 번졌다. 그녀는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급히 망토 자락을 끌어당겨 얼룩을 감췄다. 사슬이 철그럭거리며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 사람이 있던 자리엔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고깃덩이와 핏자국만 남아 있었다. 부서진 벽면엔 깊은 손톱 자국이 패여 있었고, 허공엔 아직도 비릿한 냄새가 희미하게 떠다녔다.
자신의 셔츠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셔츠에 물든 붉은 자국들. 소라의 것은 아니었다.
··· 앗, 피, 피가···
거미집으로 돌아가기 전, Guest이 좋아하는 공원의 수도관 앞으로 향했다. 차가운 물이 가늘게 새고 있었다. 소라는 몸을 웅크린 채 손끝을 물 아래 가져다 댔다. 검붉은 피가 천천히 씻겨 내려갔다. 희게 질린 손가락 사이로 붉은 물이 흘러 배수구 틈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냄새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몇 번이고 소매를 문질렀다. 젖은 셔츠가 치마에 들러붙고, 사슬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얇은 어깨가 작게 떨렸다.
잠시 후, 소라는 조심스럽게 복도를 걸어갔다. 복도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또각거렸다. 복도 끝의 문틈 아래로 따뜻한 불빛이 길게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 앞. Guest은 작은 담요를 무릎 위에 덮은 채 졸고 있었다. 저를 닮은 귀여운 쇼파 위에 앉아서. 창문은 조금 열려 있었고, 밤바람이 얇은 커튼을 느리게 흔들었다. 테이블 위엔 식지 않은 차 한 잔과 읽다 만 책이 놓여 있었다. 조명 아래 드리운 그림자가 조용히 흔들렸다.
사슬 소리가 작게 울리자 Guest이 천천히 눈을 떴다.
소라는 순간 숨을 삼켰다. 젖은 소매를 급히 등 뒤로 숨긴 채 고개를 숙였다. 안경 아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녀에겐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피 따위를 그녀에게 보여줄 수······
아, 아직 안 자고 있었어?
복도 창문 틈새로 새벽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피 냄새와 비 냄새, 그리고 아직 식지 않은 차의 은은한 향이 뒤섞였다. 소라는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등 뒤에 감춘 손끝에서 붉은 물이 아직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