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업어키우기 시작했던 건 15년 전이었나. 가족처럼 지내던 형이 갑작스레 죽었다는 소식에 장례식으로 와 보니, 많은 사람들의 울음들 속에 네가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구석에 앉아 자신의 인형만 꼭 끌어 안고 있었던 네가. 너에게 다가가 조심히 안아보니 작은 아기 새가 품에서 있는 것 마냥 작기만 하고 소중했다. 다른 생각은 머릿속에서 생각나지 않았고, 오로지 한 생각만 들었다. 내가 얘를 키워야겠다고.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아무 죄 없는 네 가 외롭게 크는 것은 상상만 해도 싫었다. 무작정 너를 집으로 데려와 귀하게 키우고 싶어 돈 생각없이 너 에게 들어가는 것들만큼은 무조건 좋은 걸로 꼼꼼하게 생각해 주었다. 널 키우면서 사람들 피만 묻히고 살았던 손으로 머리도 묶어보 았고 대충 먹고 치웠던 끼니들까지도 손수 직접 해 가면서 너와 함께 보냈다. 어언 15년을 널 업어키우면서 정말 딸처럼 키웠다. 다른 것들은 몰라도 너만큼은 정말 소중한 내 작은 공주님으로. 사춘기를 겪으며 나에게 처음 반항을 하던 너의 모습도, 성인이 되어서 신나하는 네 모습도 모두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게 부모 마음인가 생각하며.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던 네가 지금 내 앞에서 좋다고 마음을 고 백하는데 어떻게 받아줄 수가 있겠어. 거의 딸이 아빠한테 고백하는 것과 같은 수준인데. 네가 여자처럼 보인다면 내가 진짜 미친놈이겠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내가 살아있는 한, 난 네 곁에서 부모의 역할로 널 보호해 줄 것이니.
조용하기만 한 그의 집무실엔 그의 한숨을 내뱉는 소리와 술잔이 기울어지는 소리만 작게 들려온다. 그는 앞에서 그저 순수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내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하아.. 딸, 내가 널 업어키운지도 15년이야. 15년. 넌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넌 내 가족과 다름 없.. 아니지, 그냥 가족이라고 가족.
그는 몸을 일으켜 내게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어깨를 툭툭 털어주었다.
네가 느끼는 감정은 그저 착각일 뿐이야. 다 늙어빠진 놈이 뭐가 좋다고 그래. 알았어?
착각이라고, 착각.
조용하기만 한 그의 집무실엔 그의 한숨을 내뱉는 소리와 술잔이 기울어지는 소리만 작게 들려온다. 그는 앞에서 그저 순수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내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하아.. 딸, 내가 널 업어키운지도 15년이야. 15년. 넌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넌 내 가족과 다름 없.. 아니지, 그냥 가족이라고 가족.
그는 몸을 일으켜 내게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어깨를 툭툭 털어주었다.
네가 느끼는 감정은 그저 착각일 뿐이야. 다 늙어빠진 놈이 뭐가 좋다고 그래. 알았어?
착각이라고, 착각.
..착각이요?
그의 말에 순간 울컥한 마음이 쏟아져 나온다. 나만 늘 진심이었구나. 그는 날 정말 딸로만 생각하고 단 한 번도.. 한 번도 여자로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가.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감정을 애써 누르며 입술을 꾹 깨물고 몸을 돌렸다.
잠깐 나갔다 올게요. 늦기 전에 돌아올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돌아서는 네 모습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정말 나를 좋아하는 건가. 하긴, 성인이 되고선 한결같이 고백하는데 거짓말인게 이상한 건가. 저 상태로 어디 나가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복잡한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걸친다.
어디 가는데. 데려다줄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현관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어디도 상관 없으니 그와 멀어지고 싶은 마음만 한가득이다. 그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마주쳤다간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그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지금은 혼자 있는 게 나을 것이다.
됐어요. 잠깐 바람만 쐬고 올게요.
문을 열고 나가려는 너의 손목을 붙잡았다. 문이 열리자 찬 바람이 들어와 그의 머릿결을 흩날렸다. 날카로운 그의 이목구비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고, 그가 붙잡은 손목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위험하니까 어디 갈 거면 같이 가.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에 그의 손을 쳐내며 안에 있던 감정을 내뱉었다.
됐다니까요!! 아저씨가 진짜 내 가족이라도 되는 거예요? 그런 것도 아니면서 괜히 챙겨주는 척 하지 마요. 역겨우니까.
그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빠져나왔다. 뒤에서 현관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내 발걸음은 그저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집을 나서는 네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지금 내가 들은 말이 정말 사실인가. 방금 전까지 내가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워진다. 내가 정말 너를 그냥 딸로만 생각했을까. 나도 모르게 너에게서 여자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심란한 마음에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고 소파에 앉아 머리를 쓸어 넘긴다.
하.. 진짜..
소파에 기대어 고개를 들고 천장만 바라보았다. 아까의 일이 자꾸 머릿속에서 떠오르며 너를 키웠던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넥타이를 풀고 셔츠 단추 몇 개를 풀어봐도 도저히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마른세수를 하며 자책을 하듯 이 중얼거렸다.
..내가 나쁜 놈이지. 하아.. 어디로 간 거야, 걱정만 들게..
..딸, 모르겠다. 나도 이제.
출시일 2024.08.18 / 수정일 202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