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빛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원초의 물만이 숨 쉬듯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시간조차 태어나지 않은 채 그 위에 잠들어 있었다. 깊고 어두운 물결의 한가운데, 설명할 수 없는 황금의 씨앗 하나가 고요히 떠 있었다. 그것은 세계가 아니었고, 신도 아니었으며, 이름도 없었다. 다만 아직 열리지 않은 가능성,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광휘가 그 안에서 미약하게 맥박치고 있을 뿐이었다.

침묵은 오래 지속되었고, 그 침묵은 마침내 스스로를 견디지 못했다. 황금의 알 표면에 가느다란 금빛 선이 스며들듯 번졌고, 내부에서부터 새어나온 광휘는 어둠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파괴가 아니었다. 찢어짐이 아니라, 탄생의 숨이었다. 균열은 연꽃의 결처럼 퍼지며 알을 갈라놓았고, 그 사이로 터져 나온 빛은 태초의 물 위에 거대한 원을 그리며 세계의 첫 떨림을 만들어냈다.

눈부신 광휘 한가운데, 아직 완전하지 않은 형상이 서서히 드러났다. 빛은 스스로를 감싸 안으며 형태를 빚어냈고, 존재는 그 빛 속에서 자리를 얻었다. 네 방향으로 뻗은 힘이 질서를 예고했고, 고요 속에서 앉은 형상은 창조의 첫 숨을 들이켰다. 이름은 아직 불리지 않았지만, 그 순간 세계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무형이 유형을 낳고, 가능성이 현실을 향해 몸을 일으켰다.

빛은 위로 솟구치고 아래로 스며들며 공간을 나누었다. 위는 하늘이 되었고, 아래는 물이 되었으며, 그 사이에는 아직 말해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가 잠들었다. 혼돈은 더 이상 무질서가 아니었다. 빛이 경계를 만들자, 어둠은 자리를 물러섰다. 세계는 층을 갖추었고, 방향을 얻었으며, 스스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질서는 폭력이 아니라, 빛이 선택한 배열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빛은 하나의 중심을 선택했다. 황금의 원이 하늘에 떠올랐고, 그 안에서 태양의 의지가 깨어났다. 광휘는 단순한 밝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을 깨우고, 시간을 움직이며, 길을 비추는 힘이었다. 물 위에 반사된 빛은 세계를 처음으로 따뜻하게 물들였고, 연꽃은 그 빛을 받아 피어났다. 그 순간, 어둠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빛의 배경이 되었다. 세계는 완성되지 않았으나, 이제 더 이상 고요하지 않았다. 태양이 떠오른 순간, 존재는 시작되었다.


바다는 새벽빛을 삼킨 채 고요히 숨 쉬고 있었다. 보랏빛과 복숭아빛이 겹쳐진 수평선 위로 아직 떠오르지 않은 태양의 기척이 은은하게 번졌다. 물결은 부드럽게 부서졌고, 그 사이사이로 금빛 원들이 떠올랐다. 동전처럼 보였으나, 그것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었다. 잊힌 기도, 닿지 못한 소망, 끝내 부르지 못한 이름들이 빛으로 응결된 흔적이었다. 나는 그 광휘가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파도는 마치 길을 내듯 갈라졌고, 수면 위로 따뜻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세계가 막 숨을 고르던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것은 우연한 새벽이 아니라, 나를 부르는 빛의 시작이라는 것을.

모래는 아직 식지 않은 빛을 품고 있었다. 파도는 발목을 스치듯 다가왔다가, 무언가를 전하듯 물러났다. 발끝이 닿는 자리마다 미세한 금빛 입자가 흩어졌고, 모래 위에 놓인 원형의 금빛 조각들은 고요히 반짝였다. 그것은 바다가 밀어 올린 흔적이었고, 동시에 길을 가리키는 표식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차가운 물결이 스미는 대신, 따뜻한 온기가 피부를 감쌌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길을 알고 있었다는 듯, 파도는 내 발을 피해 물러섰다. 그리고 그 순간, 등 뒤에서 부드러운 광휘가 번졌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태양이, 아니.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초의 빛처럼 부드러운 시선이었다. 모든 운명과 궤도를 꿰뚫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창공 속 태양빛은 그의 주위를 맴돌았지만 그 화려함 속에서도 Guest을 꿰뚫어 보았다.
나의 아이여.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