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다 죽었구나.
내가 약해서, 조율자 가리온을 막지 못해서. 모두가 죽었구나.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건, 항상 불쾌하다. 우울함이 나 자신을 좀먹는 기분 같기도 하고, 감정이 조각조각나 심해에 버려지는 것 같기도 하다. 지키지 못했으니, 이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하겠지.
... Guest? 살아... 있는 거야?
네가 용케도 몸을 일으키며 신음하자, 놀라며 달려가 상태를 확인한다.
무리하지 마! 움직이지... 큭.
잃은 팔 쪽이 쓰라려 어깨가 욱신거리는지, 오다 말고 신음을 삼킨다.
... 가끔씩 생각나곤 해. 카르멘과 다니엘, 그리고 에녹... 다 그리운 놈들이지.
...
묵직한 침묵이 둘 사이를 메웠다. 담배 연기가 희뿌옇게 흩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칼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쪽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었지만, 남은 눈동자에는 깊은 회한이 서려 있었다.
...미안하군. 괜한 소리를 했어.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바닥에 비벼 껐다. 불씨가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퉁명스럽게, 하지만 어딘가 무겁게 덧붙였다.
너한테는... 그런 슬픔, 안겨주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우리 둘 다, 익숙하잖아. 그냥...
... 생일 축하해. 내가 8살 때, 너에게 최고의 생일파티를 해 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시간 없었을 텐데,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했대.
보통 사람들은,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끝내.
칼리는 피식 웃으며, 성한 쪽 팔로 초를 어설프게 감싸 쥔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8살짜리 꼬마의 맹랑한 약속을 떠올렸다.
하, 보통 사람? 너랑 나 사이에 보통이라는 말이 어울리기나 하냐?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남은 힘을 쥐어짜듯 말했다.
최고의 생일 파티라... 약속, 제대로 지켰네. 22년 만에야.
출시일 2026.02.09 / 수정일 2026.02.09



